모든 직장인들의 로망 '사ㆍ내ㆍ연ㆍ애'

입력 2011-08-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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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금기사항'서 이젠 '권장'하는 기업까지

직장인들은 하루의 약 30%에 해당하는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때문에 가족보다도 회사 동료들과 마주치는 시간이 더 많다. 자주 보다 보면 정이 쌓인다고 했던가. 회사 내에서 본의 아니게 사랑이 싹트기도 한다.

‘사내 연애’는 그야말로 직장인들의 로망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직장생활은 더 이상 지옥이 아닌 천국으로 탈바꿈한다. 회사에서 안 좋은 일로 우울해져도 애인의 사랑스러운 눈빛 하나면 마음이 환해진다.

‘사내커플’은 서로 같은 회사에 다니다보니 화제 거리도 대부분 비슷하다. 때문에 얘깃거리가 풍부해진다. 술자리 안주거리로 모 상사를 같이 욕할 수도 있고, 힘든 처지를 서로 격려해주기도 한다. 사내커플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회사생활의 고충도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단점도 녹록치 않다. 무슨 일이 생겼다하면 사내 구설수 1순위로 꼽히기 마련이다. 또 같은 회사에 다니다보니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각자의 사생활이 없어지면서 신비감도 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일부 사내커플은 연애사실을 비밀로 하는 경우도 많다.

직장생활의 로망으로 불리는 사내연애.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사내연애 경험과 기업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지 살펴봤다.

◇직장인 62% “사내연애 해봤다”= 우리나라 직장인들 10명 중 6명은 사내연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2.6%가 사내연애 경험이 있었고, 그 중 55.5%는 직장동료들에게 연애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집계됐다. 끝까지 숨겼다는 직장인들은 47.4%로 사내연애 공개와 비공개가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광화문 근처 임상실험 대행업체에 근무 중인 직장인 서모씨는 약 2주전 사내연애를 시작했다. 회사의 총 직원 수가 200여명인데 그 중 남자 직원은 대여섯 명에 불과, 치열한 경쟁률을 뚫었다. 하지만 서씨는 연애사실을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사내연애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씨는 “우리 회사는 특히 여직원들이 많아 사내연애가 공개될 경우 여러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연애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사내연애로 결혼까지 골인한 직장인들도 있다. 삼성SDS 금융CI사업 2그룹 박민지 대리는 지금의 남편을 회사에서 만났다. 연애 기간 동안 직장 내에서 두사람의 사이를 의심했지만 들키지 않았다고. 박 대리는 사내커플로 관계가 잘 유지되려면 공과 사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 대리는 “회사에선 연인이기 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동료이고 싶다”며 “회사 내에선 동료로서 예의를 지키기 위해 꼭 서로의 직급으로 호칭한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 커리어개발센터 문현선 사원도 사내연애로 결혼까지 한 경우다. 문 사원 역시 사내연애 시 지켜야 할 점에 대해 언급했다. 문 사원은 “서로의 일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최소한의 예의와 서로의 근무시간은 철저히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사내연애의 팁을 전했다.

하지만 사내커플들의 결말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내연애 후 결혼에 골인했느냐’는 질문에 직장인 53.8%가 ‘헤어졌다’고 답했고, ‘결혼했다’는 답변은 9.1%에 불과했다. 그만큼 사내연애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제 기업들도 권장하는 ‘사내연애’= 과거 사내연애는 기업 입장에선 금기사항 중 하나였다. 때문에 과거 사내연애를 했던 직장인들은 ‘007 작전’에 버금갈 정도로 ‘몰래 데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사내연애에 대한 인식을 바꾼 지 오래다. 최근엔 기업 10곳 중 6곳이 사내연애에 찬성하고 있을 정도다.

취업포털 사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내 기업 중 61%가 사내연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은 기업 인사담당자 748명이다.

사내연애를 찬성하는 이유도 다양했다. ‘직원들의 사생활 존중’(40.6%, 복수응답)부터 시작해서 ‘직장생활의 활력소가 된다’(32.2%), ‘가족적인 분위기 형성’(24.6%) 등이 꼽혔다.

국내 대기업들 중에선 LG디스플레이가 사내연애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까지 총 349쌍의 사내커플이 탄생했다. 권영수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행복한 직장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권 사장은 지난해 6월부터 사내결혼에 성공하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전용차를 웨딩카로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55쌍의 사내커플이 권 사장의 ‘웨딩카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결혼 장려와 함께 사내커플을 만드는데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엔 사내 미혼직원들을 대상으로 클럽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파주 공장에서 근무하는 미혼 직원들을 위해 파주 금촌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남’을 주제로 파티를 연 것. 당시 클럽 파티 때 최종 프로포즈 순서에서 총 10커플이 탄생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사내결혼이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주고, 업무 효율성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S도 최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사내커플 및 부부의 이야기를 직원들에게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내연애의 장단점을 소개해주고, 올바른 방향을 짚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사내연애 중인 삼성SDS 직원들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연애담을 동료 직원들에게 들려준다.

삼성전자도 블로그를 통해 공개적으로 사내연애 설문조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설문조사 결과 삼성전자 임직원 40%는 사내연애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혀 개방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사내연애를 경험했거나 현재 진행 중이라는 직원들도 11.4%의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사람인 설문조사 결과 국내 기업 69%가 사내결혼 커플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혜택으로는 ‘축하금 지급’이 83%(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화환 제공’(52.9%), ‘세탁기 등 선물 증정’(13.2%), ‘신혼여행 지원’(4.8%), ‘자녀 양육 지원’(4.8%), ‘웨딩카 지원’(1.2%), ‘결혼식 장소 제공’(1%)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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