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베트남 사업에 잇단 赤신호

입력 2011-08-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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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할인점 사업에서부터 하노이 대우호텔 인수와 호찌민 시 남부 투티엠 지역의 부지 매입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업에서 난항을 빚으면서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베트남 사업에 잇달아 적신호가 켜졌다.

우선 롯데는 지난달 말 대우건설 보유 하노이 대우호텔 인수에 실패했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대우호텔과 부속 서비스 제공 아파트 및 사무실 전용 빌딩인 '대하 비즈니스 센터'(DBC)에 대한 인수 작업을 벌였으나 결국 베트남 국영기업인 하넬에 선수를 뺏기고 말았다.

그동안 30%의 지분을 갖고 대우건설과 함께 DBC를 공동 운영해온 하넬은 지난달 27일 우리은행 하노이지점을 통해 대우 소유 지분 70%에 대한 인수 계약금(940만 달러)을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말까지 나머지 잔금을 낼 예정이다. 하넬은 잔금 지급과 함께 DBC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탈바꿈한다.

이에 따라 DBC 맞은편에 건설 중인 지하 5층, 지상 65층 규모의 대규모 주상복합건물 '롯데센터 하노이'를 포함해 인근 지역을 롯데 타운으로 조성하려던 롯데의 구상은 처음부터 암초에 부딪히게 된 셈이다.

대형 할인점 '롯데 마트'의 매장 확대 계획도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8년 말 '경제 수도'인 호찌민의 푸미흥 신도시 지역에 1호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2호점 개점을 서둘렀지만 코옵마트 등 현지 경쟁업체들의 조직적인 반발과 베트남 관계 당국의 허가 지연 등으로 매장 완공 1년여 만인 지난해 7월에 영업허가를 받았다.

롯데마트는 이후 다점포화 전략을 추진해왔으나 증자(增資) 문제 등을 놓고 현지 동업자(소유 지분 20%)와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강남 격인 호찌민 시의 투티엠 지역에서 롯데그룹이 호텔, 백화점, 대형 할인점, 놀이시설 등을 건설하려던 계획도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사실상 백지화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롯데가 신동빈 회장 체제 출범과 함께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베트남 사업에 적(赤)신호가 잇달아 들어온 것은 일차적으로는 현지의 특성을 무시한 채 현금 동원력을 무기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롯데가 현지에서 벌이려는 사업이 제조업 중심이 아닌 식품, 유통, 부동산 등 국내시장을 잠식하는 업종 중심이라는 인식이 현지인들 사이에 확산한 데다 대우호텔 등 일부 사업장 인수 협상에서 상대방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하는 언행을 한 것도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현지에 진출한 대다수의 한국 대기업들이 현지의 움직임을 기민하고 체계적으로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과 달리 롯데는 이 부분을 등한시해 실패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면서 "이에 따라 애초에는 신동빈 회장이 이달 중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연기하고 대신 비상 대책 회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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