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나경원 전략공천 30% 구두합의
당내선 “인위적 물갈이 안돼 ”반발심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나경원 최고위원이 내년 총선과 관련해 전략공천 비율을 30%로 확대하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나 최고위원은 당 공천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겸임 중이다.
당 핵심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홍 대표와 나 최고위원이 10일 최고·중진회의 직후 미팅을 통해 전략공천 비율을 30%로 확대하는데 구두합의 했다”고 전했다.
전략공천은 취약지역 등의 특수성을 감안,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경선 같은 별도의 경쟁구도 없이 무조건 공천을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과거 상당부분 당 지도부의 ‘제 식구 챙기기’ 도구로 이용돼 온 부정적 측면이 있다. 다른 한편으론 ‘물갈이’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당내 반발이 예상된다.
홍 대표는 나 최고위원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전략공천 비율을 30%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홍 대표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나 최고위원은 “호남 등 취약지역을 빼고 20%를 전략공천 비율로 정한 것은 민주당의 전략공천 상한선 30%에 비해 낮은 게 아니다”며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면에서는 구두합의를 통해 절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 최고위원은 전략공천 비율로 ‘취약지 제외 20% 미만’을 제시했음에도 홍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국민경선’이라는 당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전략공천 비율 조정을 요청하면 전략공천 지역과 취약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국민경선을 수용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최고위원은 지도부 입성 전부터 개혁공천의 핵심방안으로 국민경선을 제안해왔고 관련 법안까지 제출한 상태다. 그에게 있어 국민경선은 일종의 ‘숙원’이었던 셈이다.
그는 “전략공천을 30% 하겠다는데 합의한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취약지 제외 20% 미만 원칙을 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원칙은 지키겠지만 두고봐야겠죠”라고 말해 변동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홍 대표와의 합의 여부를 떠나 나 최고위원의 심기는 편치만은 않다. 전략공천 30%는 과다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뜩이나 당내에서 30~40%라는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며 ‘물갈이론’이 불거지는 뒤숭숭한 분위기여서 부담이 적지 않다. 그 역시 “물갈이를 위한 물갈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인위적 물갈이론에 반대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전략공천이 홍 대표 측근공천에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섞여 있다. 앞서 유승민 최고위원도 “공천을 얘기하면 할수록 블랙홀이 되고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홍 대표는 최근 사고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 공모에 비례대표 의원들의 신청을 자제시켰는데, 전략공천으로 보전해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