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음에도 외환예금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외화예금 인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외환 등 6개 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9일 현재 224억3900만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17억9200만달러 감소했다.
9일간 감소액이 지난달 한달 증가액 19억6100만달러에 육박했다. 6월 증가액 (3억1800만달러)에 비해서는 5.6배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외화대출은 증가세로 전환했다. 기업들이 해외 요인에 따른 환율 급등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185억8900만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3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을 고려하면 외화예금감소, 외화대출 증가 현상은 의외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외화예금에 자금을 예치한 고객은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예치액을 늘리고, 외화대출자는 원금이 늘어나 손실을 보기 때문에 환율이 추가로 오르기 전에 상환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담당자는 “수출입 업체들은 시장 불안이 진정되면 외국인 자금이 한국에 가장 많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하락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환율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판단되면 외화예금을 인출해 환전한다”며 “상당수 고객은 최근 환율 급등에도 수출 흑자가 지속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환율 하락 기조가 끝나지 않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