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물가·금리등 3중고 직면
- 정부“필요하면 유동성 공급확대”
미국발 쇼크에 한국경제가 3중고(重苦)에 직면했다. 환율·물가·금리 등 전방위에 걸쳐 방향타를 잡기가 녹록지 않은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정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물가가 치솟는데, 오름세를 유지하던 원화가치는 약세기조로 전환되고 당초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던 움직임도 동결 쪽으로 선회하는등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금융시장 혼란과 관련해 필요시 유동성 공급확대 등 부문별, 단계별로 마련된 위기대응계획에 따라 대응키로 했다.
정부는 또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되겠지만 최근의 대외충격은 무리없이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발 악재로 인한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수출시장에 직격탄을 가하면서 점차 경제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 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긴축재정’이라는 이명박 정부 후반기의 경제운용 기조도 흔들릴 수 있다. 세계경제의 후퇴로 우리 경제의 유일한 성장축인 수출마저 어려워질 경우 정부는 내수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3중고에 직면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면서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9일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및 대응’보고를 통해 금리와 환율, 유동성을 면밀히 점검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관계기관이 공조해 신속히 대응하고 필요시 유동성 공급확대 등 위기대응계획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거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등현재의 정책기조를 견지하되 국내외 여건변화를 면밀히 점검해 대응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어 대외여건이 불안한 상황이므로 경제체질 개선 노력을 지속하며 특히 국가신용도 결정의 핵심요소인 재정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출 구조조정 등 대응을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자본·외환시장이 개방돼 단기적 영향을 받은 것은 불가피하지만 위기극복 과정에서 대응능력이 강화돼 최근의 대외충격을 무리없이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세계경제가 크게 위축되지 않으면 국내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세계경제 회복세가 크게 둔화되고 국내 금융시장이 장기화되면 국내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시장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달러화와 미 국채의 위상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관련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소규모 개방경제가 영향을 받는 것은 단기적으로 불가피하지만 최근 시장 반응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글로벌 위기 극복과정에서 금융·외환 건전성이 크게 높아졌고, 정부와 민간 부문의 리스크 관리와 위기대응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