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92년 YS요청으로 3000억 건네”-정치권 파장

입력 2011-08-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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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정치자금과 나’ 출간… DJ 자금엔 침묵

상도동계 인사들 “들어본 바가 전혀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1992년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YS)에 정치자금 3000억원을 건넸다고 밝혀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9일 출간한 회고록 ‘정치자금과 나’를 통해 YS의 요청으로 두 차례에 걸쳐 자금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YS의 측근들은 하나 같이 “들어본 바가 전혀 없다”며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이 당선됐던 1987년 대선에서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지원한 1400억원과 당에서 모은 500억원 등 총 2000억원의 선거자금을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에게 건넨 ‘20억+α’ 부분은 기술하지 않았다.

그는 정치자금과 관련해 “1995년 11월 수감 직전에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이후 그동안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며 “이제 역사를 위한 기록을 남기는 자리이니만큼 핵심적인 내용은 밝혀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썼다.

◇ YS에 3000억 자금 어떻게 전달했나 = 노 전 대통령은 YS에게 돈을 전달한 경위와 관련해 “김영삼 총재는 1992년 5월 민자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나에게 (대선에서) ‘적어도 4000억~5000억원은 들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며 YS로부터 먼저 지원요청을 받았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그는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과 이원조 의원을 김 총재에게 소개시켜주고 이들을 통해 2000억원을, 그 뒤 대선 막판에 김 후보측의 긴급 지원 요청에 따라 직접 1000억원을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 퇴임 후 드러난 수천억 비자금 정체는 = 노 전 대통령은 수천억원으로 알려진 비자금 규모와 관련해 “이자를 제외하면 현금 1218억원, 기업주에 대여한 채권 1539억원으로 원금만 2757억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옆에 커다란 금고가 있었다는 YS 재임시절 발언을 두고는 “비밀 서류나 자료 등을 보관하기 위해 과거부터 있던 금고였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3년 2월 25일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장으로 떠나기 전 그 금고에 100억원 이상을 넣어두게 했다”고 밝혔다.

비자금을 퇴임 후에도 계속 보관했던 이유로 그는 “새 정부가 6공 사람들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잡아들이는 상황이라 통치 자금 문제는 상의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래서 ‘모은 돈은 훗날 유용하게 쓰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 정치자금 관리 어떻게= 노 전 대통령은 정치자금 관리에 관한 부분도 털어놨다. 그는 “5공화국 시절 민정당 대표로 있을 때 당 운영비는 사무총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수령해서 집행했다”며 “내가 국정을 책임진 후에도 이런 관례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했다. 그는 “서울올림픽 이후 기업인들 면담 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면담이 끝날 때쯤 그들은 ‘통치 자금에 써달라’며 봉투를 내놓곤 했고 기업인이 자리를 뜨면 바로 이현우 경호실장을 불러서 봉투를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 노태우에게 전두환은 어떤 인물인가 = 노 전 대통령은 친구사이면서도 항상 자신과 상하관계에 있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우정을 국가보다 상위에 놓을 수 없게 됐다. 인식의 차이로 해서 전임자는 나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면서 서운해 할 수 있는 것이고 나는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 상도동계 “들어본 바가 전혀 없다”= 노 전 대통령이 YS에 건넸다는 3000억원의 정치자금과 관련해 YS측근인 상도동계 인사들은 관련 내용을 접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3000억 얘기는 들어본 바가 전혀 없다”고 했다. 당시 민자당 당직자였던 김 모씨도 “그런 문제는 당사자 외에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과거문제를 회고록으로 펴내는 것이 떳떳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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