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2.8조 증여… 시세차익 증여세 초과
- 신세계·한화그룹 일가 주식 증여 가장 많아
국내 재벌 일가가 최근 5년간 주식시장의 약세를 틈타 대규모의 주식을 증여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다.<표 참조>
이 가운데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사례는 869건(2조7921억원)이었으며, 상속사례는 182건(5535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 2008년 주식 증여·상속사례가 20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2009년(203건) △2007년(141건) △2010년(11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증여 및 상속과 관련된 세금을 줄이고, 미래 주가 상승기대를 통해 시세차익을 최대한 늘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해에 주식 증여사례가 줄어들었지만, 올해 증시 활황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자 다시 증가하고 있는 사례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올해들어 지난 22일까지 증여는 132건(2072억원)으로 지난해(112건)보다 이미 20건을 초과했으며, 증여액도 전년(1427억원)대비 45%가 증가했다.
주요 재벌일가 가운데 신세계 일가의 주식 증여가 최근 가장 눈에 띄었다.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은 지난 2006년 9월 두 자녀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에게 각각 신세계 주식 84만주(3298억원)와 63만여주(2491억원)를 증여했다.
당시 정 씨 남매는 증여세로 신세계 주식 56만여주를 현물납부하면서 사상 최대규모의 증여세를 납부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증여세를 제외하고도 정 씨 남매가 증여받은 주식가치는 각각 894억원, 675억원이 증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 2007년에 부인 서영민 씨와 세 아들인 동관, 동원, 동선 씨에게 대규모 주식을 증여한 바 있다.
김승연 회장은 당시 (주)한화 주식을 부인 서 씨에게 136만주(944억원) 증여했으며, 같은해 12월에는 장남 동관씨 150만주(1011억원), 차남 동원씨와 삼남 동선씨에게 각각 75만주씩(506억원) 증여했다.
서 씨의 주식 가치는 증여 이후 현재까지 510억원이 늘어났으며, 동원씨 형제는 세금 납부이후에도 각각 720억원, 360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대표적 코스닥 대장주인 서울반도체도 약세장을 이용한 주식 증여를 통해 자녀들이 주식부호의 반열에 올랐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이사는 지난 2008년 12월 회사 주식 448만여주씩을 장남 민호씨와 장녀 민규씨에게 각각 증여했다. 증여 당일 종가 기준으로 406억원이던 주식 가치가 2년6개월여만인 지난 22일에는 1074억원으로 증가, 668억원의 시세차익을 각각 챙긴 셈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장남 남호씨도 2007년 증여받은 동부씨엔아이 주식 240여만주(156억원)의 지분가치가 급증해 326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으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 장녀인 민정씨도 2007년 태평양 우선주 24만여주(232억원)를 증여받고서 회사 분할 등으로 지분가치가 급등해 증여세를 빼고도 298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재벌일가들은 이처럼 약세장을 이용, 미성년자에게도 활발한 주식증여를 했다.
지난 5년간 미성년자에게 물려준 건수는 198건(3154억원)으로 평균 주식증여액이 16억원에 달했다.
한편 조사기간 중 주식상속규모가 가장 컸던 재벌일가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일가족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은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사망 이후 한진해운과 대한항공, (주)한진 등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 772억원어치를 상속받았다. 고 조 회장의 두 딸인 유홍씨와 유경씨 자매도 480억원어치를 물려받는 등 최 회장 일가족의 상속주식은 1800억원대에 달한다.
이외에도 지난해 10월 작고한 고 설원봉 대한제당 회장의 유족들이 700억원대의 주식을 상속받았고, 양홍석 대신증권 부사장(313억원), 박문덕 하이트그룹 회장(199억원) 등도 백억원대의 주식을 상속받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