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금융위, 판박이 정책 내놔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8·8클럽이 폐지 넉 달만에 10·8클럽으로 되살아났다.
우량 저축은행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완화책이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불러왔다는 여론에 등 떠밀려 금융당국이 지난 3월 8·8클럽 정책을 폐지했지만 불과 넉달 만에 판박이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일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저축은행의 새로운 먹거리로 할부금융업 카드를 꺼냈다.
저축은행이 할부금융업을 하려면 BIS 비율 10% 이상, 고정이하 여신비율 8%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우수한 재무건전성의 지표로 10·8클럽을 제시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기준을 충족하는 저축은행이 전국 98개 저축은행 중 28곳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재무건전성이 높은 저축은행에 대해 차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주는 정책은 8·8클럽과 동일한 방식이다. BIS 비율 기준만 다소 높아졌을 뿐이다.
8·8클럽은 BIS 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비율 8% 이하의 우량 저축은행에 대해 거액 여신 한도를 완화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도록 우량 저축은행에 확실한 당근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8·8클럽에 가입해 80억원 이상의 거액 여신을 취급하게 되면 여신이 회수될 때까지 8·8클럽을 계속 유지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자산건전성 분류를 부당하게 해 BIS 비율을 8% 이상으로 부풀리는 부작용이 벌어졌다.
10·8클럽 정책도 동일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할부금융업 인가를 받고 영업을 하는 중에 10·8 지표를 못 맞출 경우 영업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나 고객 이탈 등의 문제를 고려해 저축은행은 무리를 해서라도 BIS 비율 10%를 맞추려 할 수 밖에 없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우량 저축은행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완화는 필요하지만 8·8 지표를 맞췄을 때 돌아오는 당근이 너무 컸던 게 문제”라며 “결과적으로 8·8클럽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대안을 만들지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