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영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것을 해결하는 화학광 독설 소녀 플라비아를 경쾌한 필치로 그려낸 ‘파이바닥의 달콤함’에서는 엽기적인 시체 해부도, 선혈이 낭자하는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주는 선입견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 소설은 이렇게 발랄하고 순수한 살인 미스터리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였고, 그 중심에는 플라비아 들루스가 있다.
플라비아는 열한 살 소녀 특유의 엉뚱한 발상과 거침없는 행동으로 매 순간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매일같이 자기를 괴롭히는 두 언니들에게 복수해줄 방법을 궁리하고 아버지와는 시종 데면데면하게 지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을 걱정하며 안아주고 싶어하는 속정 깊은 플라비아. 독자들의 내면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열정과 탐정 본능을 일깨우는 소녀 탐정은 사건을 해결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을 읽는 또하나의 재미는 섬세하게 묘사된 1950년 영국의 모습을 엿보는 것이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정경과 치밀한 조사에 근거한 영국의 역사와 우표, 화학 지식들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실감나게 펼쳐지고 등장인물들을 통해 융합되어 작품에 독특한 분위기 부여한다. 총명한 소녀가 그린 세밀한 풍속화 같은 소설 『파이바닥의 달콤함』은 따스하고도 달콤한 여운을 오래도록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