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증권사 인수설 ‘모락모락’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또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당초 9월까지로 예정됐던 자사주 매각을 예정보다 일찍 성공적으로 끝내는 등 올해 5조원 규모의 대규모 유동자금이 생겼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자사주 매각으로 1조8000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올해 평균 순이익 2조5000억원 등 5조원 가량의 잉여자금이 생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KB금융이 5조원의 잉여자금을 어디에 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 회장도 “남은 자금을 어디에 쓰느냐가 고민”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우선 보험사 또는 증권사 인수합병(M&A) 자금으로 활동될 가능성이 크다. KB금융의 비은행비중을 30%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험과 증권부문의 성장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 회장은 “손해보험이 희망이 있다는 말도 있지만, 현재 영업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KB생명이 업계 14위에 불과하지만 축적된 경험과 인재가 있어 생명보험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동양생명과 녹십자생명, ING생명 등이 인수 가능한 곳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증권사 역시 KB금융지그룹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KB투자증권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KB투자증권과 KB선물을 합병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올해 안에 마땅한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 어 회장의 고민을 크게 만들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몇몇 보험사들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땅한 매물이 없다”면서 “우량 생명보험사가 매물로 나오면 적극적으로 M&A에 참여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저축은행 인수와 후순위채 상환 등에 잉여자금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B금융은 지난 13일 전주·대전·보해 등 3개 저축은행의 인수 입찰에 참여했다. 어 회장도 “다소 큰 비용이 들더라도 저축은행을 반드시 인수할 계획”이라며 강한 애착을 보였다.
또 KB금융지주로 출범하면서 발행했던 10조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에도 잉여자금이 사용될 전망이다. 출범시기가 2008년이고 회사채 만기도래가 대략 3년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회사채의 상환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기존 고금리로 발행한 채권이 존재한다”며 “우선 이 채권을 상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주배당 가능성도 있다. 어 회장은 “자사주 매각을 통해 1조8000억원의 자본이 들어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저하될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 주주 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