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4일 부산을 방문해 최대 민생 과제인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노사갈등이 정점에 이른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6월 국회의 시작으로 인해 한달여 동안 중단됐던 ‘희망대장정’의 일환으로 “직접 내려가겠다”는 손 대표의 의지로 성사된 부산행이었다. 부산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대표적인 전략지역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손 대표의 부산 방문은 그간 위태로웠던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는 도약대가 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한진중공업을 찾은 손 대표는 이재용 사장을 만나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 방안을 서둘러 찾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노조원들에겐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느냐”는 성토만 들어야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지난 주말 부산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를 위한 대규모 시위에 참여한 것과 비교해 손 대표가 진보진영의 최대과제인 노동현안을 외면하는 듯하다는 지적에 따라 방문한 것이지만 그가 실질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성과는 없었다.
부산 저축은행 본점에서는 “손 대표도 좋은 대학 나오고 유학도 다녀온 분 아니냐. 과연 서민들 삶을 아느냐”(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장)는 비판부터 터졌다.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 말이 맞다”며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흐느끼시는 여러분들을 보면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이 서민들의 아픔을 바꿔나가는데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중소기업부를 만들겠다”며 최근 중소기업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손 대표는 부산지역 중소기업인과 간담회도 가졌다. 그러나 여기선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문제가 불거졌다.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민주당 입장과는 정반대로 “한-유럽연합(EU) FTA 처리로 EU 쪽에서 관세 감면 혜택을 받게 돼 수출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 한미 FTA도 빨리 통과시켜 달라”는 일부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부산방문이 야당 대표의 정치적 선명성을 보여주고, 민생현장에 달려가는 모습은 손 대표의 득이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한진중공업 방문은 야4당과의 통합 화두를 던진 상황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