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량 비행기 타고 새처럼…낚시배 띄우고 짜릿한 손맛
충남 태안은 여름 레포츠의 보물창고다. 천혜의 풍광을 지닌 해안국립공원을 옆에 두고 바다와 창공에서 짜릿한 체험이 가능하다. 태안에는 리아스식 해변을 따라 30여 개의 해수욕장들이 포도송이처럼 널려 있다. 편안한 바캉스 외에도 태안의 해변을 만끽하는 역동적인 레저 활동을 곳곳에서 즐길 수 있다.
항공 체험은 태안의 해변에서 만나는 레포츠 중 가장 스릴 넘친다. 태안 안면도 등 수려한 비치에서는 초경량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초경량 비행기의 무게는 225kg. 두 사람만이 탑승이 가능한데 날개가 긴 글라이더 형태라 엔진이 꺼져도 무동력으로 활강 및 착륙이 가능하다. 무게가 가벼워 이착륙 포인트도 기상과 바람에 따라 편하게 조절할 수 있다.
헬멧을 쓰고 해변을 이륙하면 비행기는 태안의 국립공원을 따라 낮은 비행을 시작한다. 조종석의 파일럿이 전해주는 설명을 헤드폰으로 전해 들으며 절경을 음미할 수 있다. 안면도 체험 비행의 경우 뭍에서만 봤던 꽃지, 샛별 해수욕장과 안면도 휴양림, 방포 해변 등을 창공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노을이라도 내리면 초경량 비행기는 한 마리 새가 되어 해변을 날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안면도 외에도 태안 해변에서 경비행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남면 곰섬 일대가 대표적이다. 한서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태안비행장에서는 초경량비행기 뿐 아니라 좀 더 업그레이드 된 항공체험을 즐길 수 있다. 초경량 비행기의 경우 10분에 4만원, 20분에 10만원의 체험 비용이 든다.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해무가 끼면 비행이 취소되기도 하니 반드시 출발 전에 확인해야 한다. 태안군은 경비행기를 이용한 항공 레저 스포츠를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하늘에서는 초경량 비행기를 즐겼다면 바다에서는 짜릿한 손맛을 체험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안흥항 연륙교 건너 신진도 일대는 국내 바다낚시의 아지트다. 전국의 낚시꾼들은 배를 빌려 타고 가의도 너머 낚시 포인트로 질주하며 포구에는 주말이면 방파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찬다. 신진도 앞바다에는 가의도, 옹도, 난도, 격렬비열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다. 이들 섬들 사이에서 대구, 광어, 우럭 등 팔뚝만한 생선들이 입질을 한다.
방파제 낚시는 가족나들이객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신진도 너머 하얀 등대가 있는 마도는 1년 내내 물고기가 많이 잡혀 갯바위 낚시꾼들이 즐겨찾는 낚시터다. 한가롭게 텐트를 치고 세월을 낚는 사람들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방파제 일대에서는 고등어, 놀래미 새끼나 숭어가 잡히며 낚시배를 타고 바다로 나서면 광어, 우럭, 대구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흥미로운 체험을 마쳤으면 개성만점의 해변 구경에 나설 차례다.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를 따라 만대포구로 달리면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곳이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숲으로 덮인 오지 해변이었던 꾸지나무골은 길도 없고 물도 없고 불도 들어오지 않는 외진 모래사장이었다. 뽕잎의 대용인 꾸지나뭇잎으로 누에를 치던 곳이 지금은 송림을 병풍삼은 조용한 해수욕장이 됐다. 꾸지나무골 인근에는 최근 걷고 싶은 길인 솔숲길도 조성됐다.
꾸지나무골 남쪽의 사목, 구름포, 방주골 등은 인적 뜸한 조용한 해변들이다. 사목 해수욕장은 소들이 해변에서 풀을 뜯을 정도로 고즈넉하며 해변에 아늑한 펜션이 자리잡아 이국적인 풍취를 더한다. 통개 해수욕장은 여름이면 붕장어구이를 먹기 위해 미식가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개성 넘치는 태안 해수욕장들의 속살자랑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꼬마들과 함께라면 신두리 해수욕장 옆 신두리 사구를 놓치지 말자.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바닷가 모래 언덕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풀 덮힌 모래 언덕쯤으로 생각하면 오산. 해당화, 갯멧꽃, 갯완두, 모래지치 등 각종 갯벌식물들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인근 신두리 해수욕장에는 각종 펜션들이 해변을 가릴 정도로 촘촘히 들어섰다.
구름포, 방주골로 이어지는 태안의 포도송이 같은 해수욕장들은 안면도로 내려서면 두여, 밧개, 샛별, 바람아래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며 그 살가운 해변의 정취를 더한다.
태안에서는 해수욕장 외에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수목원과 휴양림만 둘러봐도 신이 난다. 만리포 해수욕장 인근의 천리포 수목원은 1만3,000여종의 식물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회원제로 운영되다 2009년부터 일반에 공개 됐다.
호랑가시나무 370여 종, 목련 400여 종, 동백나무 380여 종 등이 집중적으로 식재되어 해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증 받고 있다. 식물원은 인위적인 관리를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해 식물 원형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꽃 연못이 인상적인 밀러 가든은 그 중에서도 아름답다.
안면도 방향으로 내려서면 안면도 휴양림을 빼놓을 수 없다. 붉은 소나무 안면송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집단적으로 자생하는 곳으로 서어나무, 먹넌출, 등 안면도 특유의 수종도 함께 분포하고 있다. 곧게 뻗은 안면송들은 경복궁을 지을 때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나무 군락 뒤편으로는 숲속의 집들이 가지런하게 들어서 있다. 휴양림과 함께 수목원도 있어 가족단위로 다양한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수목원 위 팔각정에 오르면 멀리 꽃지 해변이 내려다보인다.
태안은 눈만 아니라 입도 즐거운 고장이다. 해변 구경을 끝냈으면 풍족한 이곳 바다 먹을거리로 배를 채울 차례다. 신진도 포구에서는 우럭젓국, 우럭찜 등이 별미다. 우럭젓국은 예전 이 일대 제사상에도 올려졌던 귀한 음식. 소금으로 간을 한 우럭포를 쌀뜨물을 함께 넣어 푹 끓여내면 사골처럼 담백한 국물맛을 낸다. 이원면 일대에서는 밀국낙지탕이 유명하다. 인근 해안에서 잡히는 이곳 낙지는 한입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적당한 게 특징. 낙지와 함께 밀국(칼국수)을 넣고 끓이면 면발에 시원한 국물이 배어들어 쫄깃쫄깃한 맛을 낸다.
가족들과 함께라면 전통 해변체험을 곁들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듯하다. 남면 별주부 마을에서는 전통 고기잡이 방식인 독살체험이 가능하며 이원면 볏가리마을에서는 염전체험, 갯벌체험으로 풍요로운 휴가를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