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이신영, 국내 첫 여성 조교사 데뷔

입력 2011-06-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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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명마 만들고 싶어"

▲지난 26일 가진 이신영 기수의 마지막 경주모습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세계최고의 명마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500kg의 육박하는 경주마관리에 여성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날려버리고 한국 경마 90년 역사상 첫 여성 조교사로 데뷔하는 이신영(30)씨의 포부다.

이 씨는 지난 지난 26 서울경마공원에서 펼쳐진 3경주, 4경주에 ‘원손’과 ‘공덕이’이와 함께 출전해 7위와 5위를 기록하고 기수로써의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녀는 이날 기수로써 마지막 경주를 마치고난 뒤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기수로서 많이 힘들었던 일들이 기억난다. 100승을 이루고 싶었는데 90승에 머물러 아쉽다”며 “조교사로써 최고의 경주마를 만들어내 팬들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조교사 면허시험에서 쟁쟁한 35명의 남자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수석합격의 영예를 안은 이씨는 그동안 경주마 경매 현장을 참관하거나 선진 경마를 견학하는 등 조교사 개업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1일부터 한국 최초의 여성조교사로 활동에 들어간다.

이신영은 데뷔 초부터 여러가지 기록을 깬 ‘신기록 제조기’다. 첫 공식 여성기수, 첫 대상경주 출전 여성기수, 첫 여성출신 외국경주 출주, 첫 여성 정식기수…. 이제는 한국경마 역사상 최초의 여성조교사란 타이틀을 추가했다.

태어난 뒤 줄곧 경남 마산에서 살며 경마의 ‘경’자도 잘 모르던 ‘마산처녀’ 이신영씨가 경주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 모른다.

“98년 고3 가을때 진학담당 선생님이 지나는 말로 기수후보생을 모집한다고 말씀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일에 대해 까맣게 잊고 동아대학교 체육학과에 진학했었는데 선생님의 말이 갑자기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과천에서 난생 처음 경마공원을 구경한 뒤 다시 마산으로 내려갔지요. 물론 원서를 갖고요.”

기수를 하겠다는 느닷없는 막내딸의 말에 부모님의 걱정은 대단했다.

그러나 시청에 다니는 아버지는 결국 딸의 고집에 두 손을 들고 조건부로 승락을 했다. 안될 것 같으면 빨리 그만두라며. 그러나 그는 5.4대의 1일 경쟁을 뚫고 99년 다른 5명의 동료 여성과 함께 제20기 기수후보생이 됐고 2001년 8월 2년간의 교육과정을 무난히 끝내고 수습기수로 데뷔했다.

경마는 국내 프로스포츠 중 유일하게 남녀가 동등한 조건에서 성대결을 하는 종목이다. 여자는 몸무게도 가볍고 유연성도 좋지만, 말을 힘차게 몰고 갈 때 필요한 힘이 부족해 경마의 세계에서 여성기수가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현재 활동하는 138명의 기수 중 여성은 10여명. 남성 기수들을 압도하는 승부 근성과 강인한 정신력, 기승 실력 갖춘 이신영의 통산 기록은 895전 90승, 2위 68회를 기록했다. 특히 2004년 11월에 열린 대통령배에서는 '고려방'에 기승해 서울경마공원 여성기수로서는 처음으로 대상경주 3위에 올랐다. 여성 기수로서는 처음으로 그랑프리에 출전한 바 있다. 이신영 기수 이래로 많은 여성 기수가 탄생했지만 아직까지 이신영 기수를 뛰어넘는 후배들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조교사로 데뷔한 이신영씨.

기수로써 큰 성과를 보인 그녀지만 조교사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중에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말수급 문제다. 마방 대부와 더불어 8두를 위탁관리가 예정돼 있는 이 씨는 조만간 15두까지 관리마를 늘릴 예정이지만 대부분이 신마이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는 경주마여서 데뷔초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아직 미혼인 이씨는 "일과 결혼생활 중 하나를 고르라면 주저 없이 일을 택할 것"이라며 "마방운영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수시절부터 쌓아온 내 나름의 경험으로 최선을 다해 조교사 업무에 매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더욱이 이씨는 기수시절부터 머리좋기로 유명했다. 총감독 역할을 감내해야 하는 조교사는 기수보다 몇배나 머리가 복잡하다. 그런 면에서 영리하기로 소문난 이신영씨는 남보다 빨리 조교사란 역할에 적응하고 또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이란 게 경마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교사란

경마의 조교사는 다른 스포츠에 비유하면 감독에 해당한다. 보통 조교사 1명이 보통 20∼30두의 경주마를 마주로부터 위탁 받는데, 경주마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훈련 및 영양상태를 관리해야 한다. 실제 경주에서는 함께 뛰는 상대편 경주마를 분석해 자신의 경주마가 어떻게 경주를 전개해야 할지 작전을 수립해야 한다. 즉 조교사는 경주마와 이를 관리하는 마필관리사, 또 경주마를 타는 기수까지 아우르는 경주로의 마에스트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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