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긴축안 승인, 내달 3일 구제금융 5차분 지급…채무조정시 '부분적 디폴트' 논란 가능성도
그리스가 재정긴축안의 의회 통과로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긴축안과 민영화 프로그램을 담은 ‘중기 재정 계획’의 이행 법안에 대한 의회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국채를 차환하는 유럽판 ‘브래디 플랜’도 확정되지 않은데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채무조정시 부분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경고하고 있어 우려가 완전히 진정되는 것은 힘들 전망이다.
그리스 의회는 29일(현지시간) ‘중기 재정 계획’을 표결에 부쳐 찬성 155표, 반대 138표, 기권 5표로 가결했다.
30일 표결에 부쳐지는 계획의 세부내용을 담은 이행 법안도 통과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기 재정 계획’이 입법화됨에 따라 그리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약속한 1100억유로(약 170조원)의 구제금융 중 5차분 120억유로와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리스는 내달 중순까지 5차분을 받지 못하면 만기도래 국채를 갚지 못해 국가부도를 맞게 된다.
유로존은 다음달 3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5차분 지원을 결정한다.
유로존은 그리스 정부가 오는 2014년까지 국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 방안을 확정하는 논의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프랑스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제안한 ‘프렌치 플랜’을 놓고 정부와 금융권이 논의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 방안은 2012~2014년 만기도래하는 그리스 국채에 대해 50%는 30년 만기 국채로, 20%는 EU 구제금융기금에서 보증하는 우량 국채로 각각 바꾸고 남은 30%는 현금으로 상환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렌치 플랜은 민간채권자가 만기가 연장된 그리스 채권에 대해 지급보증기금을 따로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판 브래디 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래디 플랜은 지난 1980년대말 남미 국가들의 채무위기 당시 니콜라스 브래디 미국 재무장관이 내놓은 방안으로 부채를 일부 탕감하고 일부는 장기채로 전환한 조치다.
그러나 국채 차환이 성사돼도 ‘일시적 해결’에 불과하다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앞서 무디스 등 주요 신평사는 “민간 채권단의 자발적 차환이 시장 논리에 위배된다”면서 “이를 사실상의 디폴트로 취급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며 부분적 디폴트를 경고, 차환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