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 "너나 잘하세요"

입력 2011-06-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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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오는 29일로 예정된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이 참석을 요구했다.

허창수 회장은 이 공청회에 불참의사를 통보하자 정치권은 이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전당대회를 앞둔 유세에서 각 후보들이 대기업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겉으로는 ‘동반성장’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누가 보더라도 내년 선거를 의식한 발언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정당의 존립목적이 정권획득이라는 정치학 이론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치인은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간과하는 부분은 바로 입법부의 본래 기능이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인 몽테스키외는 ‘삼권분립’ 이론을 통해 입법부·행정부·사법부는 서로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은 청와대를 대표로 하는 행정부·사법부를 견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저축은행 비리와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청렴해야 할 정치권이 떳떳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만만한(?) 재계로 타깃을 돌려 국민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경제인들을 그들의 정략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는 총선이 열리는 내년까지“조금만 참자”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영화의 수작 중 하나로 꼽히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를 보면, 금자역으로 열연한 영화배우 이영애씨가 출소 뒤에 두부를 건넨 남자에게 “너나 잘 하세요”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최근 정치권의 행보를 살펴보면 이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쓴 웃음만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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