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이후 최대 규모 6000만배럴...증산 보류한 OPEC 견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략적 비축유 방출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일침을 가했다.
세계 주요 석유소비국이 참여하는 IEA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한 달내에 전략비축유 6000만배럴을 풀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1991년 걸프전쟁과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비축유 방출 이후 1974년 설립이후 3번째다.
방출규모는 1991년 이후 최대다.
미국이 전체의 50%인 3000만배럴을 방출하고 일본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도로 나머지 방출유를 책임지기로 했다.
IEA는 또 세계 2대 석유소비국인 중국과 비축유 방출에 대해 이미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거부했다.
IEA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영국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각각 5%, 6% 이상 급락했다.
IEA가 공식적으로 밝힌 비축유 방출의 이유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세불안에 따른 수급불균형이다.
IEA는 "세계 산유국이 위치한 이 지역의 민주화 시위로 인해 국제석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유가가 고공비행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IEA의 이번 결정은 최대 소비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산유국의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결정은 이번달 초 OPEC회원국들이 원유 증산을 보류하면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함에 따라 세계 경제회복을 지연시킨다는 IEA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IEA는 OPEC 증산관련 회의에 앞서 지난 5월 "OPEC이 증산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강구해 세계 원유생산을 늘릴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시장은 그러나 이번 IEA의 비축유 방출 결정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IEA가 우려한 유가상승은 수급불균형이 아니라 세계 경제회복에 대한 투자자의 심리가 작용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란다 파미 후돔 에너지 컨설턴트는 "문제는 비축유 방출이 요구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최근 유가의 급등락은 수급불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회복에 대한 투자심리가 냉온탕을 오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