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과 경기침체, 잇따른 선거 패배 등으로 위기에 빠졌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21일 하원에서 실시된 경제개혁 법안 투표에서 승리했다.
이번 투표는 사실상 정부 신임투표에 해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투표에서 승리하고 보수연정 핵심 파트너인 북부연맹의 지지를 확인함으로써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일단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AP와 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지난 2008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당(PdL)이 정권을 잡은 후 44번째인 이번 신임투표는 세금 우대 제도와 투자 인센티브에 관한 경제개혁 법안으로 앞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번 투표 결과를 정부에 대한 신임 여부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개혁 법안은 찬성 317표, 반대 293표, 기권 2표로 가결됐으며 상원에서 또 한차례 투표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달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밀라노를 비롯해 나폴리와 토리노 등 주요 도시에서 패배했다.
지난 12~13일 실시된 원자력 발전 부활과 수자원 관리 민영화, 선출직 최고위 공직자 면책법안에 관한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다수의 유권자들이 반대표를 던진데다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해 위기에 빠졌다.
여기에 연정 파트너인 북부연맹까지 감세와 일부 중앙부처의 북부 이전, 정치 및 정당 지원금 삭감, 리비아 군사개입 중단 등을 요구하며 압박했다.
북부연맹의 움베르토 보시 상원의원은 지난 19일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2013년 선거에서 보수연정은 끝날 것이라며 "다음 선거에서 우리가 또 베를루스코니를 지지하리라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탈리아 언론들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북부연맹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일부 중앙부처의 이전 요구를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