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현대캐피탈 해킹 사고에 대한 정태영 사장의 징계 수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중징계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사고 이후 발빠른 대처와 농협 등 유사 사고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중징계는 과하다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21일 금융당국 및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정태영 사장에 대해 경징계인 경고나 중징계 수준인 직무정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정태영 사장이 이번 사건의 원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175만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사고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무정지를 받게 되면 정 사장은 향후 4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등 정 사장이 대표로 있는 다른 현대차그룹 소속 금융계열사에서도 물러나야 하는 것이다. 경고 중에서도 문책 경고를 받게 되면 은행, 보험 등 타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지만 현대캐피탈의 오너 경영자인 정 사장의 현 직위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해킹 사고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현대캐피탈은 기관경고가 유력하다.
금융권에서는 정 사장에 대해 중징계는 과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사고 직후 고객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해킹 사건을 알리는 등 사태 수습에 적극 노력한 점이 감안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느 금융회사나 이런 해킹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있고 현대캐피탈도 사실 피해자에 가깝다”라며 “정 사장이 중징계를 받게 되면 향후 이런 사고가 터지면 최고 경영진들이 해커와 타협해 사고를 무마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