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뒷심부족' 공동 3위 머물러
US오픈 최종일 18번홀(파4.523야드). 로리 맥길로이(22.북아일랜드)가 핀과 거리 210야드의 세컨드 샷을 날리고 페어웨이를 걸어오자 구름처럼 몰려든 갤러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박수를 보냈다. 모자를 벗으며 웃음으로 답례한 맥길로이는 아버지가 치켜 세운 엄지손가락을 지켜보며 감격해했다.
이날은 미국의 ‘파더스 데이(Father Day)’였다. 에지에서 맥길로이는 핀에 완벽하게 붙이고 주먹을 불끈쥐었다. 맥길로이는 합계 16언더파 268타(65-66-68-69)로 2위와 8타차 첫 메이저 대회우승이다. 이는 2000년 페블비치CC에서 우즈가 세운 12언더파를 6타나 더 줄인 기록이다.
‘유럽의 신성’맥길로이가 US오픈 챔피언을 차지한 가운데 ‘제주 야생마’양용은(39.KB금융그룹)은 공동 3위에 올랐다.
3일동안 2위를 고수한 양용은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 블루코스(파71. 7,574야드)에서 열린 제111회 US오픈(총상금 750만달러) 최종일 경기에서 이븐파를 쳐 합계 6언더파 278타(68-69-70-71)를 기록했다. 양용은은 한국선수가 미국에 진출한 선수중 US오픈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단독 2위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 양용은은 이날 홀을 살짝살짝 벗어나는 퍼팅 탓에 스코어를 줄이는데 실패했다. 6번홀(파4.555야드)에서 첫 버디를 골라낸 양용은은 8번홀(파4.354야드)에서 벙커에 빠졌으나 파세이브를 하며 위기를 잘 넘겼고 9번홀(파5.636야드)에서 다시 버디를 뽑아낸데 이어 10번홀(파3.218야드)에서 티샷을 핀에 붙여 버디를 추가하는데 성공, 9언더파까지 스코어를 줄였다.
그러나 11번홀에서 두번째 샷이 그린왼쪽 워터해저드에 낙하하는 바람에 아쉬운 보기로 한타를 잃었다. 이어 15번홀(파4)에서 티샷이 벙커에 낙하했고 두번째 샷이 벙커턱에 걸려 3온2퍼팅으로 보기를 추가했다. 7언더파로 내려가 제이슨 데이(미국)와 공동 2위를 허용했다.
16번홀(파5)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져 러프에 떨어졌고 두번째 샷도 나무가지에 맞았으나 페어웨이에 안착. 핀과 176야드 남은 거리를 핀에 붙였으나 홀이 외면했다. 17번홀(파4.437야드)에서 티샷이 러프, 두번째 샷이 벙커에 빠지고도 어렵게 파세이브를 했다.
하지만 18번홀에서 세컨드 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3온을 시켰고 결국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단독3위를 놓쳤다.
첫날 65타를 기록한 맥길로이의 폭풍타는 이틀째에도 66타로 이어졌고 3라운드에서 역시 68타를 치며 유일하게 54홀 언더파를 치며 대회 최저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때부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문제가 아니라 스코어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골프팬들은 관심이 쏠렸다.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는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에 이어 US오픈 우승컵을 2년 연속 북아일랜드로 가져가는 행운도 함께 했다.
111년 US오픈 역사상 4일간 언더파를 친 선수는 이제까지 단 4명.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2명이 늘어났고 맥길로이는 그중에서 유일하게 4일간 60타대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에서 맥길로이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지난 메이저대회에서의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1라운드에서는 63타를 쳤다가 2라운드에서는 80타를 치며 무너졌고 올해 4월 마스터스 최종일 4타차 선두로 나섰다가 80타를 치는 바람에 우승컵을 찰 슈워젤(남아공)에게 넘겨주고 공동 15위로 밀려났었다.
그러나 이런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맥길로이는 1라운드부터 ‘마치 그분이 오신 날’처럼 골프를 즐겼다. 맥길로이가 나는 동안 다른 선수들은 기어가고 있었다.
한편 세계골프랭킹 1,2,3위 싸움에서는 랭킹2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3위 마르틴 카이머(독일.287타), 1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289타)를 밀어내고 공동 3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