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이끄는 양대축인 미국과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오명에서 글로벌 경제 회복을 주도하며 기사회생하던 미국 경제는 부동산시장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은 인플레이션 압박과 역시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 속에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경제가 일시적 성장 둔화 상태인 ‘소프트패치’를 넘어 이중침체를 의미하는 더블딥에 빠질 경우 글로벌 경제가 수렁 속으로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美 주택가격 추락...더블딥 공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1분기 미국 20개 대도시 지역의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S&P/케이스-쉴러 지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5.1% 떨어진 128.2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5년전 고점에 비해 33%나 빠졌다.
3월 지수는 1년 전보다 3.6% 하락한 138.16을 기록했다.
지난 2009년 11월 이후 1년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지난 2월의 전년대비 하락률 1.1%는 물론 시장 전문가들의 하락률 전망치 3.3%를 크게 웃돌았다.
주택건설 경기 부진으로 제조업도 비상이다.
필라델피아 지역의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5월 필라델피아 연준 지수도 3.9로 전달보다 크게 하락했다.
미국의 민간 경제조사단체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4월 경기선행지수는 0.3%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10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 후 미 정부의 세제지원에 힘입은 ‘반짝 회복세’이후 다시 침체국면으로 빠져드는 더블딥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S&P 지수 산출위원회의 데이비드 블리처 위원장은 “이달의 수치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더블딥 현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해준 것”이라면서 “주택가격은 조만간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강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침체로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JP 모건체이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당초 3%로 잡았던 성장률 전망을 2.5%로 낮춰 잡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2.8%에서 2%로, 도이체방크 역시 3.7%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 中 부동산 가열...거품붕괴시 상품패닉
중국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으로 시장의 거품이 빠질 경우 건설자재인 시멘트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시장의 50%를 소비하는 중국 건설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대륙 전체에 성행하고 있는 중대형 주택단지 건설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억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중국경제의 핵심을 차지하는 건설업까지 사그라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UBS의 조나단 앤더슨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건설업은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의 핵심”이라며 “최근 글로벌 원자재 수요상승을 견인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시멘트 철광석 석탄 등 주요 상품 수요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부동산 관련업의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건설업은 중국에서 사용되는 철광석의 40%을 책임지고 있다.
중국 건설업의 성장세가 부동산 억제책으로 둔화될 경우 글로벌 상품시장은 또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분석했다.
FT는 그러나 중국 정부가 보급형 주택건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정책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업용 부동산 개발은 억제하되 저가형 주택 시장 성장은 지속하면서 글로벌 상품 수요가 급속하게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앤더슨 이코노미스트는 “거시경제학적 관점에서 중국의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중국 경제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상품과 각종 원자재산업 동향을 파악하려면 중국의 부동산시장 이해는 필수”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시지 않으면서 정부의 긴축 고삐가 조여질 경우 금융시장은 물론 부동산, 제조업 등 경제 전반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단오 명절이 끝나는 오는 6일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