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診]비정규직·타임오프·복수노조…모두 메가톤급 '폭탄'

입력 2011-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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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春鬪 '3대 이슈'

▲사진=연합뉴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국내 노동계에 제3의 노총이 다음달 출범한다. 가칭 '국민노총'인 제3 노총은 민주노총의 주력 노조 중 하나인 서울지하철노조를 필두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참여, 조합원만 10만~15만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이 될 전망이다.

제 3노총 탄생은 오는 7월 복수노조 허용과 맞물려 국내 노동계에 큰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계속되는 잡음으로 시끄러운 국내 노동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반면 노사관계는 비정규직, 타임오프, 복수노조 문제를 놓고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노사 양측 모두 세 가지 이슈 중 어느 하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이 세 가지를 쟁취하기 위해 파업결의까지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고유가를 비롯한 불안한 대내외 환경에 안 그래도 어려운 기업들은 노동계의 투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어 정부가 법과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나. 비정규직 논란= 올해 처음 비정규직 문제는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 현대자동차에서부터 증폭됐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지난해 11~12월 울산1공장을 점거하는 불법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올해는 지난 2월 말 대대적인 상경 노숙 투쟁을 펼쳤다. 사내하청업체 직원들인 자신들을 현대차 정규직 직원으로 인정하라는 게 골자다.

이들은 현대차 양재동 본사 근처에서 고공시위를 곁들이며 "정몽구 회장이 직접 정규직화 실현하라"고 소리 높였다. 지난 2월 초 서울고등법원이 내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현대차의 직접 고용 대상'이라는 판결이 크게 작용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이를 무기로 사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단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도 적절하지 않다"며 "그들은 현대차 사내하청기업의 '정규직 직원'으로 사실상 현대차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하게 응수했다.

팽팽하던 노사의 싸움은 노조 집행부의 '조합비 유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수그러들었다. 조합비 유용이라는 비도덕적인 사건으로 비정규직 노조는 투쟁력을 점차 상실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파문은 현대차 뿐만 아니라 타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했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도 지난 3월 초 '노동자 불법 파견을 중단하라"며 사측을 압박했다. "금호타이어가 법원이 불법 취지로 판결한 현대차 사내 하청과 같은 파견형태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잡음은 추후 파업으로까지 이어져 금호타이어의 생산에 차질을 입혔다.

지금은 사명이 바뀐 GM대우(현 한국GM)도 비정규직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12월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공 농성 및 천막 농성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난항 끝에 합의점을 찾아 노사관계 파행은 막을 수 있었지만 비정규직 문제가 산업계에서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여지없이 보여줬다는 평이다.

이에 재계는 "노조는 사내하도급 문제를 투쟁 이슈로 활용하지 말라"며 노조와 각을 세웠다. 경제5단체는 지난 3월 "배치전환이나 탄력적 생산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조업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사내하도급 사용"이라고 주장했다.

◇둘. 타임오프제도 논란= 타임오프는 노조전임자가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다. 지난해 7월 시행부터 논란이 많았던 제도 중 하나다.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넘어가는 경우엔 법적인 처벌도 가능해졌다.

타임오프제도가 지난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슈가 되는 건 봄에 시행되는 노동계의 단체협약 때문이다. 지난해 단체협약을 하지 못하고 올해 단체협약에서 타임오프를 수용해야하는 기업들이 많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또 현대차다. 현대차 노조는 이미 지난달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타임오프를 수용할 수 없다며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파업까지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사측은 3월에 이어 4월에도 타임오프에 반발하는 노조전임자 233명 모두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현대차가 법적으로 월급을 줄 수 있는 노조전임자는 24명 뿐이다.

▲지난 3월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정규직화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현대차 측은 "노조가 계속 노조전임자 수를 선정하지 않거나 타임오프가 합의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월급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노조 측은 "타임오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이라며 "사측이 노동자들을 쉽게 이용하게 위해 타임오프를 악용하고 있다"고 소리 높였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초 타임오프에 반발하면서 출근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재계는 대규모 사업장인 현대차에서 타임오프가 합의 되지 않는다면 그 파장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비정규직 사태처럼 타 업계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노동계는 2009년 타임오프 실시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행하면 전임자 수가 많이 줄어들어 노동운동 존립기반이 흔들린다며 타임오프를 전면 개정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노동계의 노조법 재개정 움직임도 큰 변수 중 하나다.

◇셋. 복수노조 논란= 복수노조는 기존 노조의 탈퇴자나 노조 미가입자가 별도의 노조를 결성하는 방식을 뜻한다.

복수노조는 오는 7월부터 개별 기업에도 적용된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복수노조가 노사문제의 이슈가 된 건 이 교섭창구 단일화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 단일화가 노동기본권을 제약한다며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섭창구가 단일화되면 강성 노조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기업이 어용 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사업장 내 소수 노조가 유명무실해져 복수노조 제도의 도입 취지 자체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도 꼽았다.

실제로 올초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된 이용득 후보가 당선 직후 복수노조 시행에 대한 반대입장을 강력히 피력함에 따라 정부, 재계와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민주노총 역시 한국노총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와 타임오프 폐지를 요구하며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정부와 재계는 복수노조 시행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 장치는 꼭 마련해야 한다며 입을 모으고 있어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복수노조 시행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서 법적 다툼이 벌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말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언급했던 이유와 함께 산별노조의 교섭권 및 협약체결권까지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오는 7월 이전에 심판청구인 모집을 완료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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