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입력 2011-05-06 09:10수정 2011-05-0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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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재미가 기본이다. 잘 치건 못치건 즐거워야 하고, 또 분위기를 최대한 화기애애하게 이끌어가야 한다. 그런데 사실 토핑이 나거나 OB(아웃 오브 바운스)가 홀마다 나보라. 성인군자도 짜증을 낸다. 3명이 잘 치고 1명이 못치면 결코 분위기가 좋을리가 없다.

이때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바로 신바람 나는 골퍼유머가 아닐까 싶다. 지방의 E골프장에서 있었던 일. 앞에 4팀이나 밀리자 캐디가 미안했던지 마치 개그우맨처럼 골퍼들의 배꼽을 잡게한 이야기가 있어 풀어본다. 결국 웃다가 모두 쓰러져 드라이버를 뒷땅 치는 등 4명이 모두 더블파를 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어느날 예수님과 모세와 한 흰수염난 노인이 라운드를 하고 있었지요.

먼저 예수님의 드라이버 샷. 볼은 약간 슬라이스가 나 우측으로 기울더니 호수에 낙하했습니다. 다행이도 볼은 물에 뜨는 것이었고 물위를 걸어가 세컨드 샷을 했지요.

모세도 파워풀하게 티샷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악성훅이 걸려 역시 해저드에 빠졌버렸습니다. 모세는 호수앞에 다다르자 잠시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더니 물을 갈라내고 볼을 찾아 멋진 샷을 날렸버린 것입니다.

이번에는 노인네 차례가 됐죠. 그러나 나이탓인지 티샷은 쪼로가 났고 볼을 힘없이 날아가 돌돌 구르더니 또 호수에

기어들어가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 신기한 일이 벌어진 것이예요. 볼을 잉어가 덜컥 삼켰버렸죠. 망연자실하던 노인. 그런데 그 잉어를 하늘을 날던 독수리가 낚아 챘습니다. 한참을 날다 그린위를 지날 때 잉어는 물고 있던 볼을 떨어뜨렸고, 볼은 슬슬 굴러가 홀로 쭉 하고 빨려 들어갔던 것입니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죠. 예수님도 놀라고 모세도 기가막혀 멍하니 홀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아버님, 제발 볼 좀 정상적으로 치세요”했다나 어쨌다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그 캐디는 “골프를 잘치기 위해 하는 방법을 아시는지요?”하고 우리 일행에게 물었다. “연습장에 자주 나가서 레슨 받고, 라운드를 자주하면 되지”하고 받아쳤다.

그러자 그 캐디는 바로 다음과 같은 말을 줄줄 쏟아냈다. “있지요~. 차번호와 핸드폰 번호는 1872(18홀 72타)로 하시고, 평소에 중국집에 가서도 양파를 드시지 말고, 감을 자주 먹어 감을 살려내고, 인터넷 아이디는 줄파, 줄버디, 투온, 이글, 홀인원, 알바트로스, 더블이글로 하시고, 고수가 하는대로 따라서 하고, 빨래줄과 드라이버, 그리고 파를 넣어 푹 끓인 그 물을 냉장고에 넣어 두고 필드에 나서기 전에 마시면 됩니다.

누가 부르면 고개는 들지 말고 입으로만 ‘네’대답하고, 사우나에 가면 절대로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하지 말고, 자식의 이름을 골프라고 지으세요. 그러면 언더파를 치는 날이 멀지 않을 겁니다.”

이런 말을 한 캐디는 외모도 뛰어났지만 입이 예술이었고 웃음이 절로 나는 말재주를 갖고 있었다. 사실 이런 말을 듣고 어떻게 멀쩡하게 티샷이 가능하겠는가. 18홀을 다 마치고 나서 그 캐디는 개그맨 시험을 두번이나 보고 떨어다고 했다. 그래서 캐디한다고. 지금 그 캐디, 개그우먼이 됐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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