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열린 저축銀 불법비리백화점

입력 2011-05-0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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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불법 비리의 종합판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받아 시행사업을 하는 절반의 금융회사, 절반의 부동산 시행사였다.

2일 검찰이 밝힌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비리는 불법 대출, 분식회계의 규모뿐만 아니라 건전성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각종 편법 등 질적 측면에서도 그 어떤 비리 사건에 뒤지지 않았다.

고객 예금을 자기 돈 처럼 생각하는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와 검찰이 두 달여 만에 파헤친 불법 비리를 수년 동안 밝혀내지 못한 금융당국의 무능함에 따른 책임을 애꿎은 예금자들만 지게 됐다.

지난 2006년부터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규모는 4조5942억원, 지난 2년간 분식회계 규모는 2조4533억원이다.

자산 4조원대의 금융기관이 저지를 수 있는 비리 규모라고는 볼 수 없는 금액이다.

불법 대출은 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이뤄졌다. 저축은행권에 적용되는 동일인 여신 한도 규제를 피해가기 위함이다. 여러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하나의 사업장에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설립된 부산저축은행의 SPC는 120개에 달했다.

SPC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 개발 이익을 지분에 따라 분배받게 된다.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돌려줘야 할 고객 예금을 받아 대출이 아닌 투자를 한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기울기 시작하자 이자도 못 내는 사업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이자를 갚으라며 사업장에 추가로 대출을 해줬다. 추가 대출도 차명을 이용한 무담보 신용대출이었다. 이는 금융당국이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이같은 ‘증액대출’ 규모가 무려 7500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대손충당금을 쌓거나 상각 처리해야 할 채권을 우량 채권으로 둔갑시키거나 이중 장부 등을 통해 부실을 숨긴 분식회계 규모가 2년간 2조4533억원이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 장관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은 미술품 갤러리를 운영하는 부산2저축은행 대표의 친척에게 여신 심사나 사업성 검토 없이 23회에 걸쳐 326억원을 대출해줬다. 또 박연호 회장이 대출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개인 채무 44억5000만원을 변제한 정황도 포착됐다.

영업정지 직전 박 회장은 영업정지 전 부인의 명의로 된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1억7100만 원을 빼갔고 자신의 임야에 친구 명의로 1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김양 부회장은 영업정지 전후 주식 계좌에서 수억 원의 현금을 빼서 친척에게 줬다.

자신의 저축은행에 돈을 맡겼던 예금자들이 문 닫힌 은행 앞에서 아우성을 치는 사이 대주주는 자기 재산 지키기에 골몰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가 밝힌 부산저축은행의 순자산 부족액은 1조6800억원, 5개 계열사 총 3조1290억원에 달했다. 즉 대출을 다 회수해도 돌려줘야 할 고객 예금에서 3조원 이상 빈다는 의미다. 5000만원 이하의 예금은 예금보험공사에서 전액 보호해주지만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는 영업정지 두 달이 지난 지금에도 길거리에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매일같이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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