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캘퍼-증권사 ‘검은 공생’드러나

입력 2011-04-2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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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회선으로 초단타매매 … 뛰어든 개미 백전백패

지난달 23일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의 수사를 시작한 검찰에 의해 증권사와 초단타 매매자인 스캘퍼 간의 ‘검은 유착’관계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증권사는 스캘퍼에 전용회선 등을 제공해 일반 투자자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도와주고 거액의 매매 수수료를 챙긴 것이다. 이들의 공생관계로 ELW시장은 소액투자자들인 개미의 지옥으로 전락했다.

검찰 수사결과 증권사들은 스캘퍼 유치를 위해 전용회선의 제공 등 각종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증권사 위탁매매 점유율이 스캘퍼의 유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불과 0.01초 간격으로 승부가 나는 ELW시장에서 전용회선은 일반투자자들에 비해 빠른 거래체결을 가능케 해 한발 앞서 수익을 챙길 수 있게 해줬다. 또한 증권사들은 스캘퍼들의 거래 수수료도 감면해줬다.

스캘퍼들은 3~5명씩 팀을 구성해 ‘부티크’로 불리는 사무실에 모여 초단타 매매를 했다. 이들은 대부분 증권사 출신으로 중간 범위에 적정 매도·매수 호가를 제시하는 증권사 등 유동성 공급자(LP, Liquidity Provider)의 움직임 패턴을 분석해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증권사가 제공한 전용회선은 물론 공학도의 전문지식까지 동원됐다. 이런 방식으로 스캘퍼는 매월 1인당 억대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ELW는 기초자산을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에 매매할 수 있는 권리로, 기초자산의 위험을 줄이는 ‘리스크 헤지(위험 분산)’의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전체 ELW 거래에서 스캘퍼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를 웃돌면서 ELW시장은 투기판으로 변질됐다. 리스크 헤지 기능을 상실하면서 ELW는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 기능만 부각됐고, 이는 개인의 손실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됐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개인은 ELW시장에서 2006년 1467억원, 2007년 369억원, 2008년 3881억원, 2009년 5186억원 등 4년간 1조903억원의 손실을 냈다.

반면 스캘퍼는 2009년 1043억원을 벌어들였다. LP도 2007년 648억원 손해를 본 것을 제외하고 2006년 323억원, 2008년 386억원, 2009년 1789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ELW 거래가 늘면서 한국거래소도 180억원의 수익을 챙겼다. 이에 따라 ‘개미’들을 희생양으로 스캘퍼와 증권사, 거래소가 3000억원의 돈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검찰은 수백억 원대 ELW 불법매매를 공모한 혐의로 스캘퍼와 증권사 직원 등 2명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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