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수상한 고객들’ 류승범을 울고 웃긴 고객들

입력 2011-04-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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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인생에 왜 끼어들고 난리야"

▲영화 '수상한 고객들'
웨이브 진 앞머리, 기름 흐르는 머릿결을 선보이며 류승범은 영화 ‘수상한 고객들’에서 그의 에너지를 마음껏 과시했다. 잘 빠진 슈트를 입고 안하무인 ‘보험왕’ 배병우 역을 소화하는 류승범의 눈빛과 입가에선 거칠고 개구진 매력들이 삐져나온다. 관객들이 눈여겨 보는 류승범이란 배우의 매력포인트다. 이 영화는 류승범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린 영화 중 하나다.

보험왕 배병우는 자살을 계획하는 보험고객들을 찾아나선다. 그가 찾아나서는 이유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출세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단기 실적 때문에 자살 경험자들을 생명보험에 가입시킨 보험왕 병우는 그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스카웃은 물론 회사에서 쫓겨날 판이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살을 시도할 지도 모르는 그의 ‘수상한 고객들’을 상대로 이미 계약한 생명보험건을 연금보험으로 바꾸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이 과정을 그리며 영화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하루를, 소년소녀가장의 일상을, 넉넉지 못한 기러기 가장의 눈물을, 틱장애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가난한 노숙 청년의 아픔을 보여준다.

손목에 몇번씩 그어놓은 상처들을 덤덤하게 쳐다보는 병우는 집요하게 그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다. 그들의 삶에 개입할수록 더 나아질 것 없어보이는 삶에 연관되기를 거부한다. 그들의 아픔이 본인의 아픔으로 다가오자 “잘 나가고 있는 인생에 왜 껴들어오는 지 그는 미칠 지경”이라 말한다. 하지만 뿌리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화는 병우의 고뇌와 갈등이 고점을 치닫는 순간, 이야기의 해결점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수상한 고객들’이 죽음문턱의 기로에서 헤맬 때 병우는 고객들의 죽음을 막을 필살기를 펼친다. 그것은 바로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감독은 영화에서 우리 삶의 면면을 보여주며 사회고발적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상위 0.01%의 슈트가 어울리는 집단과 지하철에서 먹고 자는 노숙인, 비정규직 청소부 등 하위계층 사이에 배병우라는 캐릭터를 배치해 이들 모두의 삶을 한 장면에 담아냈다.무거운 소재를 다뤘으나 틱장애 청년의 멈출수 없는 욕설을 유머코드로 삼았다. 타이밍 절묘한 의도치 않은 청년의 욕설이 관객을 배꼽잡게 만든다.

조연들도 빛났다.성동일의 감초 연기도 극의 긴장감을 덜어내는 데 한 몫 톡톡히 했다. 김수미의 슈퍼할머니 캐릭터는 유머와 따뜻함을 모두 잡았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고점의 갈등은 관객들의 기를 빼놓는다. 조금은 한 템포 느린 사색의 공간이 아쉽다. 해피엔딩으로 급박하게 몰아가다보니 자연스러움이 부족하다. 배우들의 어디선가 본듯한 캐릭터는 친근하거나 혹은 식상하거나 둘 중 하나다. ‘수상한 고객들’은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내달리며 올 상반기 흥행작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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