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診]대형마트 저가상품 가격의 비밀은…

입력 2011-04-15 10:51수정 2011-04-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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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상품기획, 원자재 쌀때 확보, 비수기에 생산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제품들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품질이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등산가방이 2만원을 넘지 않을까.

9000원대의 청바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완판 신화를 기록한 이 저가제품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들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한 국내 대형마트와 협력사의 기획부터 제조, 판매 과정을 추적해보니 ‘저가상품가격의 비밀’이 보였다.

◇준비기간만 평균 6개월…사전기획으로 비수기공장 잡아= 대형마트들이 선보이는 대부분의 저가 기획상품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한 사전기획된 제품이다. 준비기간에만 평균 6개월 걸리며 최장으로는 1년까지 소요된다. 지난달 17일 롯데마트가 전점에서 1만9000원에 판매한 ‘레저타임 등산배낭’도 롯데마트가 6개월간의 공을 들여서 선보인 제품이다.

레저타임을 기획한 김성호 롯데마트 남성스포츠팀 MD(상품기획자)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 봄 등산시즌을 겨냥해 등산전문 브랜드 트렉스타 측에 “인지도가 낮은 제품을 사전기획 해 가격을 낮춰서 롯데마트에서 판매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트렉스타의 서브 브랜드 레저타임은 품질은 좋지만 트렉스타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져 백화점에는 입점되지 못하고 주로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된 제품이었다. 롯데마트는 평균 3만원 후반대에 판매되는 레저타임의 가격을 1만원대로 낮추기 위해 6개월간 제품을 사전기획했다.

사전기획을 하게 되면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 비수기인 시점을 공략해 공장운영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전문업체에 따르면 제품을 만들 때 비수기인시점을 파고들면 최대 50% 가량의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롯데마트는 3만개 물량의 배낭 원단을 대량으로 구입해 코스트 절감을 극대화시켰다. 특히 원단을 최소한 사용하기 위해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필수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해 당일 산행과 야외 활동에 적합한 생활밀착형 등산배낭으로 기획했다.

롯데마트의 시장예측은 적중했다. 필수 기능만 탑재한 저렴한 등산 배낭은 올 봄 등산시즌에 맞물리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출시 11일만에 1만2336개가 팔려, 현재 초기 확보한 2만개가 모두 팔린 상황이다. 롯데마트는 소비자 반응이 좋아 추가로 1만개를 판매키로 했다.

김 MD는 “원단 소재를 활용한 의류 및 가방등의 제품은 비수기 공장을 이용하는 것이 원가절감의 키 포인트”라며 “롯데마트와 트랙스타는 사전기획을 통해 비수기 공장운영으로 운영비를 절감했고 대량생산을 통해 코스트를 추가적으로 절감해 저렴한 가격에 내 놓아 소비자들의 니즈를 채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까지 이마트가 ‘제 8회 대한민국 정통JEAN 가격혁명’ 행사도 같은 케이스다. 130여개 브랜드, 최다 물량인 500만점 가량의 진을 20~50%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지난 2004년부터 연 1회 진행해오고 있는 이마트 정통진 페스티벌은 병행수입과 사전기획을 통해 해외 유명브랜드와 국내 인기브랜드 진 신상품 의류를 절반가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기획한 행사다.

◇해외직접 날아가 직소싱…원재료 미리 구입해 단가 낮춰=올해에만 지난 1년간의 사전기획을 통해 ‘프로젝트 JEAN’을 9,900원 이라는 파격가에 선보여 2주만에 25만장을 판매했다.

이마트가 선보이는 9900원 프로젝트 JEAN은 이마트 패션팀과 패션전문 기업인 신세계 인터내셔날이 1년간 기획,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협의를 거쳐 개발한 아이템으로 남ㆍ여 스키니, 스트레이트, 남녀 아동 등 30여가지 스타일로 총 37만장을 준비했다.

이마트가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청바지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도 철저한 사전 기획 때문이다. 이마트 바이어는 지난해 2월 올해 트렌드와 원단 가격 등의 시장조사를 파악하기 위하여 미국 매직쇼에 참가했다.

이 매직쇼에서 해외업체들과 상담과 선발주를 통해 1년 뒤 병행 수입할 해외유명 브랜드 청바지 병행수입을 진행했다. 실제 리바이스 청바지의 경우는 올해 들어 가격이 10~20% 가량 올랐으나 미리 선발주를 통해 구입하여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시장조사 결과 세계적인 이상기온으로 청바지의 주요 원료인 면사 주요생산지인 중국.인도.미국의 면사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8개월전에 원사를 미리 구입, 원단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비수기 시즌 청바지 생산도 가격 낮추기에 한몫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4월 시즌 청바지 생산은 2~3월에 몰려 이 시기의 임가공비는 다른 계절보다 20~30% 가량 고가”라며 “이를 파악한 청바지 바이어는 미리 구입한 원단으로 10월~2월 시즌에 산둥성에 있는 유명브랜드 생산공장들을 섭외, 비수기 시즌 생산으로 생산원가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노르웨이산 생연어 항공직송전’을 열어 회 초밥 스테이크용 연어를 정상가보다 30% 싸게 판매한 것은 해외 직소싱을 통해 중간 유통과정을 줄인 덕분이다. 이마트는 행사기간 동안 세계 1위 연어 양식 국가인 노르웨이에서 7차례에 걸쳐 당일 항공 직송으로 7kg 내외 크기의 프리미엄급 연어 1만마리를 들여왔다.

박장대 이마트 MD는 “업계 최초로 해외에 지정한 ‘이마트 노르웨이 바다목장’을 통해 평소보다 10배 이상 많은 물량을 주문한 데다 중간 유통과정을 줄인 덕분에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비결을 털어놨다.

◇코스트 절감 “타이밍에 있다”, 납품업체 인지도 확대 전략도 한몫= 지난해 12월 ‘통큰 넷북’으로 화제를 모았던 모뉴엘과 롯데마트가 지난 2월23일 20만원대 24형 TV겸용 모니터를 선보이며 대박신화를 창조했다.

동급 사양의 삼성과 LG제품의 경우 가격이 평균 38만원대 달한다. 파격적인 가격에 내 놓자 현재까지 총 6000대가 넘게 팔려나갔다. 모뉴엘 및 롯데마트에 따르면 업체의 바잉파워(구매력), 유통업체의 수수료 등의 마진포기, 양사의 수익최소화 등 3조건이 맞아 떨어지면서 가격절감을 꾀할 수 있었다.

모뉴엘은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마트 내 디지털파크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다. 지난 2004년 미국에서 설립된 모뉼엘은 홈씨어터PC제품으로 이미 세계에서 인지도 높은 회사다. 2009년 국내에 들어와 7000만달러를 수출했고 지난해에는 1억달러를 돌파한 알짜배기 회사다. 세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만큼 ‘원자재 바잉파워’도 강한 업체다.

롯데마트는 디지털가전을 강화시키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품질 좋은 저가상품 기획이 필수조건이었다. 가전제품의 경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원자재 조달이 필수적이다. 롯데마트의 눈에 모뉴엘이 눈에 들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모뉴엘과, 저가가전상품을 통해 채널을 강화하려는 롯데마트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제품 기획이 성사됐다는 게 이번 제품을 기획한 안규상 롯데마트 가전담당 MD 설명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아 바잉파워가 있는 모뉴엘과는 코스트 절감이 비교적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어 20만원대의 LED 모니터가 탄생하게 됐다.

안 MD는 “가전제품의 경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타이밍을 포착해서 조달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세계 원자재값 변동을 주시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공략해 타사 제품 대비 최대 40% 정도 가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명미 모뉴엘 홍보팀 과장도 “모뉴엘은 바잉파워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주시하며 저렴한 가격에 원자재를 조달할 수 있다”며 “특히 양사가 일정 부분의 마진을 포기했기 때문에 20만원대라는 가격을 창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전에 앞서 선보인 통큰 넷북제품도 마찬가지다. 안 MD는 “원자재를 저렴하게 구매해 가격을 낮췄다”며 “또 넷북의 특성상 굳이 필요치 않는 배터리 용량등의 기능을 최소화해 코스를 절감시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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