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성장 ‘나침반’…‘亞 최고연구기관’

입력 2011-04-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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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싱크탱크①]한국개발연구원(KDI) 초고속 성장 과정서 개발 계획 수립 산파 역할

‘한국경제 나침반 역할을 해 온 아시아 최고의 싱크탱크’

지난달 11일 개원 40주년을 맞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대한 설명이다. 초대 김만제 원장부터 13대 현오석 현 원장까지 국내 최고석학들이 지휘해 온 KDI는 40년 만에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의 ‘싱크탱크’로 자리 잡았다.

특히 KDI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초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개발의 산파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세계적 싱크탱크…한국경제 방향제시 = 1971년 당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문 연구기관을 세워 경제개발에 이바지하자’는 박정희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설립된 KDI는 40년 만인 지난 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으로부터 세계 75대 선도적 싱크탱크(연구기관)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경제분야 연구에서는 중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기관들을 제치고 아시아지역 1200개 싱크탱크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전문인력이 부족해 초대원장인 김만제 전 부총리가 미국 주요 대학의 한국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을 벌인 끝에 문을 연지 40년 만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연구원으로 우뚝 섰다.

개원 직후 KDI는 미국 하버드대 부설 국제개발연구소와 공동으로 해방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한국경제와 사회 발전을 연구한 ‘한국경제·사회의 근대화과정 연구’ 총서를 발간으로 본격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는 연구에 탄력이 붙으면서 광폭 행보를 보였다. 특히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자 재벌 연구에 관심을 쏟았다. 1986년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마련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KDI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구·고용·문화·여성 등에 이르는 기초통계 정비방안을 연구해 사회지표 체계를 대폭 확대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북한 연구를 본격화한 것도 이 시기다. KDI는 북한경제의 실상, 경제협력 연구를 통해 당시 남북경제회담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 관련 정책수립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대 금융개혁과제 본격 연구 = 1990년대는 세계적인 금융자유화·국제화 추세에서 금융개방화와 금융개혁 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1998년 4월 ‘경제위기 극복과 구조조정을 위한 종합대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부실기업정리와 기업지배구조 등 기업부문 연구, 경제위기로 중요성이 높아진 사회안전망과 재정건전성 연구 등에도 주력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해외로 시야를 넓혔다. 세계은행(IBR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의 공동연구를 강화했으며, 최근에는 30여개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하는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또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국가적 위기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중장기 정책과제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KDI 관계자는 “KDI의 모델이 됐던 브루킹스연구소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KDI 설립 당시 추구한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각에 맞춘 정책 ‘시동’ = KDI는 현오석 원장이 취임한 이후 조직을 개편하며 체질개선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상당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 본원과 대학원, 경제정보센터·공공투자관리센터·국제개발협력센터 등을 합해 총 292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박사급만 100여명을 헤아린다. 본원과 대학원을 합해 지난해 연구사업비로만 590억여 원을 집행한 거대기관으로 성장했다.

덩치에 걸맞게 세계 시장에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전략이다. 기획재정부와 함께 베트남·카자흐스탄 등 30여개 저개발 및 신흥개도국들에게 우리의 발전과정을 전수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엔 포르피리오 로보 소사 온두라스 대통령이 방한단을 이끌고 한국경제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해온 KDI 홍릉본원을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KDI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연구기관’이라는 명성과 함께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연구활동의 폭이 세계로 확장됐지만 ‘정부 현안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연구기관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오석 원장은 이에 대해 “1년 전부터 대학교수를 KDI 겸임연구원으로 채용하는 등 기존 대학들과의 연계연구를 강화해가고 있다”며 “세계경제상황에 맞춘 선제적 연구·학제적 연구·글로벌 시각에 맞춘 정책 등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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