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결의 확인 없이 발표... 스팩 최초 불성실공시법인 불명예
교보KTB스팩이 기업 인수ㆍ합병(M&A)의 기본을 무시한 행동으로 결국 합병철회라는 결과를 낳게 됐다. 이에 따라 성급한 처사로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난과 큰 망신을 당하게 됐다.
교보KTB스팩은 30일 "화장품 제조업체인 제닉과의 합병진행과정에서 합병 추진의 전제사항들에 중대한 변동이 발생, 합병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 합병결의를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교보KTB스팩은 이 날 오전 7시20분 회사합병 결정에 대해 공시했다. 지난 16일 대신그로쓰스팩에 이은 두 번째 합병사례가 나오면서 스팩시장의 활기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공시내용이 알려짐과 함께 피합병대상이던 제닉측에서 "합병을 결정한 바 없다"라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시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이에 교보KTB스팩 고위관계자는 "실무진에서 착오가 있었다"며 한국거래소에 매매거래정지를 해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합병취소가 나오지 않으면 매매거래정지를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교보KTB스팩은 이사회를 열고 합병취소를 결의해 거래소측에 통보했다. 교보KTB스팩은 "29일 저녁 제닉측에서도 이사회가 열린 것으로 인지하고 금일 주식시장 개장 전에 공시를 했다"며 "하지만 공시 후 논란이 되면서 확인해보니 제닉의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제닉과 교보KTB스팩 사이에서는 합병에 대한 접점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제닉의 기관투자자들이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이사회의 결의사항도 확인하지 않고 공시를 해버린 셈이다. 계약이 이뤄지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쪽에서 계약성사라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다.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법적 책임 외에도 M&A의 기본도 모른다는 비난마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거래소는 합병 취소공시가 나옴에 따라 교보KTB스팩에 대한 매매거래를 재개시킨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이와 별도로 교보KTB스팩에 대해 '공시불이행' 및 '공시번복' 건으로 제재를 통해 벌점 또는 제재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교보KTB스팩은 스팩업계 최초 불성실공시법인이라는 불명예도 함께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