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혼란 극심… 정두언 “호들갑 떠는 자체가 우리의 현주소”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그간의 장고(長考)를 접고 분당(을) 보선에 출마키로 결정했다.
손 대표는 29일 밤 핵심측근들과의 모임에서 “당 대표로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출마입장을 정했다고 동석한 인사가 3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자리를 함께 한 신학용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외부인사 영입에 노력했지만 결국 (손 대표만한) 경쟁력 있는 인사를 찾지 못했다”며 출마배경을 설명했다. 강훈식 정무특보는 “오늘(30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분당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고 말했다.
당초 손 대표는 분당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직접 출마보다는 강원, 김해 등의 승리를 자신의 손으로 일궈내고 싶어 했다. 호남권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텃밭인 순천을 민주노동당에게 내줌으로써 지지부진했던 야권연대 불씨도 살리려 애썼다. 재보선을 야권 전체의 승리로 이끎으로서 확고한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려 했다.
때문에 손 대표는 측근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분당 출마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대신 당대표로서 재보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결연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사그라지던 ‘출마론’은 신학용 의원의 공개성명 이후 재촉발됐다. 개인의원이 아닌 대표 특보단 간사 자격으로 ‘손학규 출마 4불가론’을 밝히자 패배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다며 역공에 처한 것이다. 논란에 쐐기를 박기 위해 자처한 기자회견은 손 대표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갔다.
손 대표는 결국 지난 25일 “분당을은 결코 포기대상이 아니다”며 “이달 말까지 최고위원들과 협의해 (출마 여부를) 결론 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한 출마론이 급기야 최고위원회의 논의대상으로 올라선 것이다.
본지가 지난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민주당 최고위원 전원을 대상으로 ‘손학규 출마론’에 대한 입장을 직접 문의한 결과 정동영·정세균·천정배·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은 ‘찬성’을, 이인영·김영춘 최고위원은 ‘반대’를 표명했다. 5:2의 압도적 우위가 최고위의 기류였음을 확인한 것이다. 손 대표는 더 이상 물러설 공간을 잃었고, 결국 ‘출마’라는 독배가 될지도 모를 성배를 들어야만 했다.
경기지사 출신인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 결정에 따라 이번 재보선의 성격과 구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으며, 그가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대선정국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한나라당도 손 대표에 맞설 ‘대항마’를 내놓을 방침이어서 분당을 보선이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리는 분당 패배는 차기 총선에서 수도권 어느 곳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익공유제 논란에 동반위원장 사퇴 번복, 여기에 신정아 파문까지 겹친 정운찬 카드가 재등장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세력 근간으로 한 이재오 특임장관은 정 전 총리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며 전략공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수도권 의원들이 사분오열되는 것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희수 제1사무부총장은 3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달 5일경 (분당 공천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겠다”며 “손 대표 출마가 현실화된 만큼 최고위 차원에서 논의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 출마로 당이 호들갑 떠는 자체가 우리의 현주소”라는 정두언 최고위원의 말이 여권의 혼란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