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13년 완전 고갈 위험에 처한 고용보험기금을 메우기 위해 보험료를 슬그머니 22%나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해당 부처인 고용부가 실업자에게 줄 돈으로 초호화 직업체험관을 짓는 등 엉뚱한데 써 놓고 구멍난 기금을 근로자들의 주머니에서 메우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용보험료율을 기존 0.9%에서 1.1%로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 실업급여요율이 다음달 부터 0.9%에서 1.1%로 0.2%포인트 오른다. 실업급여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반씩 분담하므로 월급 100만원당 노사가 각각 1000원 안팎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실업급여요율은 12년만에 인상되는 것이다. 외환위기로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1999년에 1%로 올랐다가 2003년에 0.9%로 인하됐다.
고용부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해 2009년말 부터 고용보험 실업급여계정의 적립금 규모가 고용보험법에 규정된 연간 지출액의 1.5배 수준을 밑돌면서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실업급여계정의 적자폭은 2007년 1069억원, 2008년 3661억원, 2009년 1조5356억원, 2010년 1조1798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계정의 적립금 배율은 2007년 2배에서 2008년 1.6배, 2009년 0.8배, 2010년 0.6배로 꾸준히 하락했다. 실업급여계정의 적립금이 해당 연도 지출액의 2배가 넘거나 1.5배를 밑돌면 요율을 인하하거나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용보험료율 인상은 부실운영에 대한 책임전가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부는 고용보험이 고갈될 위기에 몰린 현재도 고용보험에서 2000억원을 들여 직업체험관인 ‘한국잡월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물론, 5500억원을 들여 고용지원센터 청사까지 마련했다.
이뿐 아니라 별도의 복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할 육아휴직·출산휴직수당도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에서 1조7745억원을 사용했다. 고용부 직원의 해외연수비만도 9억원이 고용보험에서 지출됐다.
고용부가 이렇게 물 쓰듯 고용보험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감시·견제 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1995년 도입될 때부터 정부가 기금 운영을 도맡다시피 한데다 2009년 7월 고용보험의 전문성을 키운다는 이유로 도입된 ‘고용보험위원회’도 고용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등 형식적인 심의기구에 그쳤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1595만명 가운데 고용보험 지원을 받는 사람은 938만명으로 58.8%에 불과, 대부분의 비정규직과 일용직 등은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