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 상상력의 차이가 스코어의 차이

입력 2011-03-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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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오른쪽이 오비(OB)지?”하고 동반자가 티샷을 하기에 앞서 캐디에게 소근된다. 유감스럽도 이 말을 들은 플레이어는 안타깝게도 오른쪽 OB가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오른쪽은 OB다. 만약 슬라이스가 나면 끝장이다”라는 상상력이 발동된다. 자꾸만 오른쪽이 신경이 쓰인다. 티샷 직전까지 이말은 심리적으로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조그만 내기라도 걸리면 더욱 신경이 곤두서게 마련이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오른쪽을 피해 티잉 그라운드 왼쪽에 티를 꽂고 드라이버를 날리면 보기좋게 오른쪽으로 볼은 확 꺾여 날아가는 머피의 법칙이 살아난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반드시 결과가 좋지 않게 나타난다. 이미 ‘오른쪽=OB’가 시각화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말을 한 동반자에게 화도 낼 수 없고 속만 부글부글 탄다.

이것이 골프다. 골프는 의지보다 심리적이나 이미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도 ‘앵’하는 모기만한 소리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것이 골프게임이다.

이런 심리적인 영향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말을 듣지 않은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데 가까이서 말하는데 어떻게 안 들을 수가 있나. 결국 방해적 요소를 제거하면서 다른 상상력을 발휘해 이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몰고가야 한다.

그만큼 골프에 대한 이미지화는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뇌에 의한 플레이의 영상화는 골프, 플레이 그 이상의 무엇을 우리게 선물로 준다. 원하는 플레이를 하려면 샷을 하기전에 반드시 스윙과 볼이 날가는 것을 이미지화하는 것이 키 포인트다. 이는 비단 드라이버뿐 아니라 그린주변에서의 어프로치, 퍼팅에서 때로 극적인 역할을 해 낸다.

급한 사람은 미스샷이 많은 사람이다. 종종 캐디가 하는 말, “스윙이 너무 급하세요.” 어드레스를 한 뒤 순간적이나마 자신이 볼을 보낼 방향과 탄도 정도는 생각하라는 것. 부정적인 생각보다 멋지게 볼이 날아가는 것을 즐겁게 상상하는 것이 1타라도 줄여주는 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마치 누가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하듯이 스탠스를 하자마자 클럽을 휘둘러 버린다. 스피드가 빨라야 거리가 난다는 것과 플레이가 빠르다는 것을 혼동하는 것이다. 스윙은 느리게 하고 걸음을 빨리 걸으면 되는데 핸디캡이 높은 아마추어 골퍼는 거꾸로 한다.

20세기의 ‘골프제왕’ 잭 니클로스(미국) 조차도 흔들림없는 샷을 위해 그의 저서 ‘골프, 마이웨이’에서 “실제로 샷을 하기 직전에 매번 이상적인 스윙, 날아가는 볼의 탄도, 방향, 낙하지점을 머릿속에 그린다. 내가 골프에서 성공한 것은 모든 플레이를 언제나 사전에 심상을 통해 영상화한 덕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금세기 최고의 프로골퍼도 이럴진대 우리 아마추어는 어떤가.

골퍼들은 대개 즐겨가는 골프장이 있다. 그런데 유독 어떤 홀은 버디가 나오고, 다른 어떤 홀은 항상 OB에 트리플보기 이상을 한다. 이제 자주가는 골프코스를 가기전에 이미지화해서 공략법을 연구해보자. 자신의 클럽별 거리에 따른 공략법을 보다 세밀하게 짜서 상상의 플레이를 틈나는대로 해본 뒤 라운드를 해보면 아마도 스코어가 3~4타는 줄어들 것이다. 이것이 상상력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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