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누출 우려로 '원자력 르네상스' 제동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방사능 누출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일고 있던 원전 건설 붐에 빨간불이 켜졌다.
세계 각국은 최고 수준의 안전 기준을 자랑하던 일본 원전이 극도의 위험에 처하자 기존 원전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추가 건설에 대한 재검토에 돌입했다.
독일은 추진 중이던 원전 정책을 일단 보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원전의 가동시한을 연장하는 계획을 향후 3개월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메르켈 총리는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완전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위험도 실제로는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높은 안전 기준과 규범을 갖춘 선진국인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원전의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면 전세계도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번 조치가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도 원전 건설에 신중한 모습이다.
미국의 조 리버맨 상원의원은 지난 13일 CBS의 일요시사 프로그램에 출연, “일본 원전 사고 결과가 최종적으로 규명될 때까지는 미 행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허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질에서도 핵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제 사르네이 연방 상원의장은 “정부가 원전 추가 건설 등 핵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9년 강진으로 1만5000명을 목숨을 앗아갔던 터키에도 원전 건설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지중해 연안 두 곳에 원전을 지을 계획인 터키는 과거 대지진을 겪은 경험을 들며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자 악쿠유 원전을 건설하는 러시아 측에 안전조치를 강화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이미 가동 중인 13기의 원전에 27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일본 방사능 누출 사고로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대만도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도 역시 이번 사고 이후 20기에 달하는 자국 원자로의 안전성 검토에 착수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14일 “원자력이 오바마 대통령의 전체적인 에너지 계획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대안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 이용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초 30년 만에 처음으로 조지아주 버크 카운티에 건설되는 새 원전에 대한 83억달러의 대출보증지원을 약속했다.
공화당에서도 원전 개발을 지지하며 오바마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다.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원자력 발전이 미국의 에너지원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이라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원자력 이용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