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현대기아車그룹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2011년 신년사 중 한 부분이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창의적 변화’와 ‘끊임없는 도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 가운데엔 현대기아차가 추구하는 ‘질적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신흥시장 중심 ‘양적 팽창’으로 글로벌 5위 달성=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574만여 대를 판매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서도 미국의 포드를 따돌리고 세계 5위 자리에 등극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선전했다는 평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소형차 경쟁력을 키워 양적인 팽창을 꾀해왔다. 주로 신흥시장에서 소형 차종들의 판매에 집중했다.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현대기아차의 차는 ‘값 싸고 질 좋은 차’라는 인식을 신흥시장 소비자들에게 인식시켰다.
이 같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성적도 글로벌 톱5에 들 정도로 선전했다. ‘값 싸고 질 좋은 차’라는 친근한 이미지도 현대기아차의 실적 호조를 도왔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이런 ‘양적 팽창’ 전략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럽 고급브랜드들이나 미국의 ‘빅3’와 같이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있어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이끌어주고, 소형차 시장에서 밀어주는 형태로 ‘내공’을 다져야 향후 글로벌 4강에 편입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3세’ 정의선 부회장은 3년 만에 지난 1월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 새로운 슬로건인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새로운 사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표하며 ‘모던 프리미엄(Modern Premium)’ 전략을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감성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프리미엄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이를 ‘가장 현대적인 현대차만의 프리미엄’이란 의미의 ‘모던 프리미엄’으로 명명했다.
실제로 디트로이트 모터쇼엔 현대차의 프리미엄유니크차량(PUV)인 ‘벨로스터’가 최초로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현대차의 새 슬로건 발표 이후 처음으로 출시되는 차량이 바로 이 ‘벨로스터’다. 해치백과 쿠페 스타일의 결합, 비대칭 3도어로 기존에 무난(?)했던 현대차의 이미지를 180도 바꿔 놨다는 평이다. ‘벨로스터’는 현대차가 올해 선언한 ‘질적 성장’의 첫 신호탄이나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품질 향상과 고급화를 추구하면 판매는 물론 수익성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에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제 값 받기’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쏘나타와 제네시스 등의 신차들에 대한 소비자 인센티브 판매 정책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질적 성장’의 일환으로 라인업을 강화하는 전략도 내세우고 있다. 기존에 경쟁력 있던 소형차에 중대형차 판매를 강화,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 모두 상승시킨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통합도 현대차가 신경 쓰는 부분이다. 이원희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 1월 “올해는 그랜저와 벨로스터 등 신차 출시로 통합플랫폼 적용 비율을 66%까지 높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2009년 통합플랫폼 적용 비율은 12.1%에 그쳤고 지난해엔 34% 정도였다. 통합플랫폼을 활용하면 신제품 개발기간이 단축되고 개발비와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고 품질 관리 역시 쉬워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질적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은 세계 시장에서의 판매 증대, 수익성 개선,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도전’=‘변화’와 더불어 현대기아차의 ‘도전’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출시한 2012년형 에쿠스와 제네시스엔 현대차가 100% 자체 개발한 8단 후륜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8단 후륜 자동변속기 자체 개발은 완성차업체 중 최초다. 변속기 전문업체들인 독일의 ZF, 일본의 아이신과 비교해도 3번째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로서 파워트레인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자체 개발했다”고 말했다. 비록 8단 변속기의 필요성에 대해선 여러 말들이 많았으나 ‘도전’ 자체는 인정받을 만하다는 평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는 기아차 디자인 경영도 눈에 띈다. 정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 시절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부사장이 다자인한 K5, K7 등이 내수 시장서 큰 인기를 끌며 현대차를 위협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내수에서 K5는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높다. 품질 개선도 도움이 됐겠지만 기존 대비 변화한 디자인 효과가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