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소 기준 25%만 적립…추가부실 흡수여력 없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저축은행권의 추가 부실 흡수 여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일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화는 계속되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법정 최소 기준에 맞춰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저축은행들의 소극적인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부진해 부동산 관련 대출에서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이 손실을 흡수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저축은행권의 총 여신 가운데 20% 가량이 부동산 PF 대출이며 이를 포함해 50%가 부동산 관련 대출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정 이하 여신의 최소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20%인데 6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상환 가능성을 고려하면 20%의 적립비율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고객의 예금을 받는 금융회사로서 장기적인 자산 건전성보다 단기적인 실적에 집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9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2010회계연도 상반기(2010년 12월 말) 기준으로 105개 저축은행(영업정지 포함)은 총 65조537억원 중 4조264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했다.
법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3조9081억원으로 대손충당금 요적립비율은 103.03%를 기록했다.
즉 당국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대손충당금을 쌓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고정’ 이하 여신은 20%, ‘회수의문’은 50%, ‘추정손실’은 100%의 최소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대손충당금 요적립 비율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말 124.14%였던 대손충당금 요적립 비율은 2008년 말 118.51%, 2009년 말 113.42%으로 떨어진데 이어 2010년에는 100%를 간신히 넘는 103.03%까지 하락한 것이다.
대형 저축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도 10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대형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요적립 비율은 솔로몬저축은행은 106.37%, 토마토저축은행 102.57%, 제일저축은행 100.00% 등이다.
저축은행권의 고정이하 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도 58.20%로, 100% 내외의 은행권에 크게 못 미친다.
저축은행들은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면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여력이 소진됐다는 반응이다. 대손충당금을 쌓을수록 순익은 감소하게 된다. 자산이 증가하는데 반해 순익이 감소하면 BIS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량의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저축은행권은 지난 2009회계연도 하반기 6984억원, 2010회계연도 상반기에 55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BIS 비율을 8% 이상으로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대손충당금을 더 쌓을 여유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