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민주화 시위 격화 탓 피해 눈덩이
리비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의 민주화 운동으로 촉발된 내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건설업체들의 800억달러 해외수주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지역은 국내 건설업계 전체 수주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건설수주 텃밭인 탓에 내전 격화에 따른 신규 발주 물량 감소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실제로 해외 수주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특성상 피해는 하반기에 현실화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 1~2월 국내 건설사들이 따낸 해외공사 수주액은 총 74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기간 254억달러에 비해 3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상승에 따른 오일달러 특수를 맛보기는 커녕 발주 물량 감소에 따른 건설사들의 수주 피해액이 눈덩이 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심지어 중동지역 건설사들 대부분이 리비아 등 현장에서 철수한 탓에 발주처로 부터 받은 선납입 공사대금을 다시 되갚아야 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 뿐 만 아니다. 최저가 수주가 건설사들의 전체 이익을 갉아먹고 있다. 당장 눈앞에 수주실적 내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적자공사 등 사실상 원가도 못 건지고 손해를 보는 장사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700억달러를 달성했음에도 해외건설 수주가 '빛좋은 개살구' 소리를 듣는 이유다.
지난해 최대 해외 플랜트 중 하나인 사우디 Y지역 정유공장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프로젝트 대부분을 국내 업체들이 독식했지만 경쟁 과열로 수주금액이 당초 예상가에 절반 수준에 머물러 수익성이 크게 훼손됐던 것이다.
실제로 D건설사는 이 프로젝트의 4개 패키지중 3, 4번을 수주했지만 수주금액은 각각 10억6300만달러, 6억95만달러로 당초 예상 수주금액 23억달러, 12억달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S건설도 2번 패키지를 수주했다. 이로써 스페인 업체가 수주한 1번 패키지를 제외한 2, 3, 4번을 국내 업체가 싹쓸이 했으나 당초 예상했던 낙찰가와는 큰 폭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얀부 정유공장 프로젝트에서 한국 건설사들이 수주를 독점한 것은 표면적인 성과일 뿐 수익률을 따져 봐야만 득·실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낙찰가를 워낙 낮게 제시해 마진을 가늠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해외 수주에 따른 외화가득률도 낮다. 겉이 화려한 만큼 실속이 없다는 소리다. 현재 국내 플랜트산업의 외화가득률은 30%를 밑돌고 있다. 이는 자동차의 70%와 조선의 68%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반도체 역시 외화가득률이 50%나 된다. 외화가득률이 높으면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국내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지만 외화가득률이 떨어지면 손에 남는 게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