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울산, 해안따라 즐기는 맛과 멋

입력 2011-03-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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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메카’ 장생포는 박물관만…정자항 참가자미회 봄철 별미

▲울산은 산업항과 어항이 공존하는 곳이다. 최대 고래잡이 항구였던 장생포가 산업항으로 바뀌면서 북쪽의 정자항이 국가어항으로 성장했다. 정자항에는 귀신고래등대가 위용을 자랑하며 항구를 지키고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한반도의 동해남부 바다는 고래의 바다이다. 그중 울산은 ‘포경선 선장과 울산군수 자리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래잡이가 성행했던 지역이다. 고래잡이가 금지되기 전까지 울산의 장생포가 고래의 메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이다.

1986년 고래잡이가 금지되면서 장생포는 예전의 영화를 찾아보기 힘든 항구가 되었다. 하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천연기념물 제 126호)으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장생포 앞바다와 장생포고래박물관 그리고 박물관 앞에 복원 전시된 국내 마지막 포경선인 제6진양호가 그것이다.

고래잡이의 금지와 함께 장생포의 기능도 변했다. 잡아온 고래로 시끌벅적했던 포구는 이제 장생포를 빼곡히 둘러싼 산업단지의 항구가 된 것. 그렇다면 지금 울산을 대표하는 어항은 어디일까. 울산 북쪽에 자리한 정자항이다. 국가어항인 정자항은 가자미를 주로 잡는 항구이다. 한때 멸치잡이 배들이 이곳에 들어와 조업을 했으나 지금은 가자미 배들도 모두 닻을 내리기 어려울 만큼 좁아 들어오지 못한다.

▲정자항 대표음식인 참가자미회. /한국관광공사
정자항에서 참가자미를 잡는 배는 40여척이다. 이들이 잡는 참가자미의 양은 전국에 유통되는 참가자미의 70% 선이다. 배의 규모는 18톤에서 29톤 사이로 대부분 20톤 이하이다. 배들은 한번 조업을 나서면 새벽 3시부터 오후 4시경까지 미리 쳐놓은 그물을 걷어 올린다. 1회 조업 시 잡아 올려야 할 목표량은 100kg이란다.

참가자미 조업이 활성화된 7년 전부터 최근까지 그 목표량을 채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가까운 바다에 나가 그물을 걷으면 어렵지 않게 목표량을 잡아왔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가자미를 잡기 위해 점점 더 먼 바다로 나가야하고, 잡히는 가자미의 수도 줄어들고 있음을 어부들은 체감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가자미 금어기 설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비린내 없이 고소한 참가자미는 다양한 방법으로 식탁에 오른다. 비늘을 벗겨 햇빛에 한나절만 말리면 꾸덕꾸덕해져 조림이나 튀김으로 만들어 먹기 좋은 참가자미가 되고, 신선한 참가자미를 그대로 미역과 함께 끓여내면 시원하고 고소한 참가자미 미역국이 된다.

그러나 정자항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것은 참가자미회이다. 참가자미를 회로 먹는다는 것이 낯설지만 울산 인근지역에서는 최고의 횟감으로 참가자미를 손꼽는다. 참가자미는 자연산 어종이고, 깊은 바다에서 자라 양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을 막 지나온 3월, 참가자미의 맛은 으뜸이다. ‘봄 도다리’라는 별칭을 가질 만큼 봄철에 맛있다는 도다리도 가자미과이니 그 맛을 짐작할 수 있을 터이다.

▲정자대게를 고르고 있는 상인 /한국관광공사
참가자미회를 맛보려면 정자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활어직판장으로 가면 된다. 직판장에서 횟감을 고르면 즉석에서 회를 떠 준다. 납작한 생선인 참가자미는 등뼈만 추려내고 뼈째 썰어 먹는다. 뼈가 물러 이물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활어직판장 인근에는 초장집들이 많다. 직접 횟감을 떠가면 초장과 쌈, 반찬, 매운탕 등을 끓여주는 집들이다. 주말이면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정자항을 찾는다.

정자항 사람들이 울산의 맛으로 손꼽는 또 하나는 대게이다. ‘정자대게’는 껍질이 얇고 크기도 그리 크지 않지만 대게의 향이 살아있어 대게찜, 대게탕 등으로 봄철 입맛을 돋우기에 그만이다.

울산의 마지막 맛은 미역이다. 정자항 앞바다는 암초가 많고 물살이 빠르다. 그 바다 속 바위에는 아예 미역바위라 이름 붙은 것도 있다. 바로 정자항 남쪽 판지마을 앞바다에 있는 곽암(藿巖, 울산광역시기념물 제38호)이다. ‘박윤웅 돌’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바위에는 고려 개국 당시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려 태조가 나라를 세울 때 공을 세운 박윤웅에게 이 지역을 주었고, 바닷가사람들이 곽암에 붙은 미역을 채취해 매년 박윤웅의 후손에게 제공해왔다는 이야기이다. 미역 채취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위에는 어사 박문수가 새겼다는 ‘윤웅(允雄)’이라는 글자가 남아있다.

▲강동 화암 주상절리 /한국관광공사
이 지역에서 미역을 많이 생산하는 곳은 정자항 북쪽에 자리한 산하동이다. 울산광역시기념물 제42호인 강동 화암 주상절리가 있는 곳으로 3월이면 곳곳에서 미역을 채취해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0년 넘게 이 지역에서 미역을 재배한 김화갑 할아버지는 이곳의 미역이 맛있는 이유가 물살 때문이라 말한다.

물살이 빨라 미역이 많이 흔들리며 자라기 때문에 부드럽고 맛있다고.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은 미역귀를 자르고 틀에 맞춰 모양을 만든 후, 5일간 햇볕과 바닷바람에 말리면 상품이 된다. 강동 화암 주상절리는 제주도의 그것처럼 대규모로 형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몽돌해안과 어우러져 색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맑은 바다를 향해 꽃처럼 피어난 바위 ‘화암(花巖)’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이다.

이밖에도 울산에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 울산의 전망대라 부를 수 있는 봉대산 정상의 주전봉수대(울산광역시기념물 제3호), 울산 앞바다를 오가는 배들의 오랜 길잡이인 울기등대와 대왕암 등이다. 봄철, 나른한 햇살을 즐기며 해안을 따라 천천히 울산의 아름다움과 맛을 즐기기 좋은 여행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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