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최윤수 부장검사)는 5일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을 장시간 조사한 결과 한 전 청장과의 대질신문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양자 진술의 비교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은 전날 오후 2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안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13시간가량 '마라톤 조사'를 벌인 뒤 이날 새벽 3시께 구치소로 돌려보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할 분량이 많아 예상보다 조사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청장 연임로비,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도곡동 땅 의혹 등 한 전 청장의 의혹과 관련해 과거에 폭로한 내용의 신빙성을 집중적으로 따졌으나, 안씨는 대부분 기존 진술을 되풀이했다.
안 전 국장은 청장 연임로비 의혹와 관련해 "2007년 12월 한 청장이 차장직을 제의하며 정권 실세에게 건넬 3억원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사실이고 이는 청장 연임 로비의 직접적 증거"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의 청와대 보고 여부에 대해 "시작단계부터 VIP(대통령)께 직접 보고한 것이 맞다"고 했고, 도곡동 땅 의혹도 "이명박 대통령이 실소유주라고 돼 있는 문건을 봤고 이를 한 청장에게 보고한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전 청장은 지난달 28일 소환조사에서 안씨와 결부된 이런 모든 의혹에 대해 "실체가 없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의혹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양자 진술 가운데 극명하게 대립하는 부분과 미묘한 차이가 있는 대목을 추려내 정밀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진술 검토를 마친 뒤 다음 주 재소환할 예정인 한 전 청장과 안 전 국장의 대질을 바로 진행할 지, 아니면 한씨의 소명을 다시 한번 들어보고 그 다음에 대질을 벌일 지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주류 수입면허를 재발급 받고자 여권 실세를 통해 한 전 청장에게 부당한 로비를 했다는 허위 보도로 손해를 봤다며 주류업체 A사가 모 주간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무면허 업자에게 주류를 판매해 수입면허가 취소된 A사가 2008년 면허 재발급을 신청한 지 단 5일 만에 면허를 받은 점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의혹을 제기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은 한 전 청장이 면허 재발급 청탁과 함께 이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