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모두 신경 써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감사합니다. (삼호주얼리호) 선원 7명이 무사하다는 말 듣고 내 작전이 맞았구나 생각했습니다. 기분 좋아요"
'아덴만 여명작전' 도중 총격을 당하고 국내로 이송된 지 한 달 만인 28일 스스로 호흡하며 의식을 확연히 회복한 석해균(58) 선장은 중환자실을 찾은 취재진을 향해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총격 순간에 대해서는 어두워서 누가 (총을) 쐈는지 기억 못한다고 말했지만 구출작전 및 초기 이송 당시 상황은 비교적 자세히 기억하기도 했다.
아주대병원 3층 중환자실에서 취재진을 맞은 석 선장은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될 때보다 다소 살이 빠진 것을 제외하고 얼굴색이 좋아 보였다.
취재진이 "한번 웃어주세요"라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부탁하자 석 선장은 "못 생겼어도 잘 찍어주세요"라며 웃음과 함께 농담까지 했다.
석 선장은 현재 심경에 대해 "국민 모두가 신경써 준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 저도 빨리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큰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지휘관으로서 의무와 도리를 다한 거죠. 지휘관이니까 목숨 걸고 (배 고장을 선원에게 지시하고, 소말리아 해역으로 배가 진입하는 것을 지연하도록)한 것이고, 국가에 손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마음으로 해적에게 "죽이려면 죽이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적에게 총격받은 순간에 대해 "밤에 작전이 시작됐다. 어두워서 누가 쐈는지 기억을 못한다"고 했다.
잠시 의식을 회복했던 지난 3일 당시도 기억을 못한다고 했다.
다만, 매트리스를 뒤집어쓰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데 바닥을 스치면서 총탄이 튀어 올랐고, 처음 총상을 입은 순간에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후 총격이 오갈 때 '여기서 눈 감으면 난 죽는다. 작전 끝날때까지 정신을 잃지 말자'고 되뇌었다"며 긴박했던 구출작전 순간을 떠올렸다.
청해부대원을 확인한 뒤 (총격으로 당해 피가 흐르는) 왼팔을 보고 나서 "헬기를 불러주세요. 손을 다쳤습니다"라고 말했으며, 공기를 집어넣는 도구로 팔을 감싸 응급처치를 하고서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만 현지 병원에서 도착해 의료진이 "아주 안좋다. 위험하다"는 말을 듣고 정신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해적들이 죽이겠다는 협박은 계속 했으나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해적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하지는 않았다고 말한 석 선장은 목숨 걸고 선원에게 쪽지 등으로 배를 고장내라고 지시하는 등 교란작전을 편 것에 대해 "적의 수중(해역)에 배가 들어갈때까지는 선장에게는 마음대로 못하니까"라고 말했다.
이날 국내 이송 후 처음으로 이날 언론에 모습을 보인 석 선장은 기관지를 절개해 호흡관을 부착한 목과 손, 팔다리 등 온몸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지만 총상을 입지 않은 오른팔은 손짓도 하며 비교적 움직이 자유로왔다.
"의식을 차린 뒤 아내에게 제2의 생명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한 석 선장은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묻자 "병원 수칙대로 식사해야죠"라고 말하면서도 "회가 가장 생각나요. 산낙지도 먹고 싶고.."라며 미소를 지었다.
부인 최씨는 남편이 있는 중환자실에 갖다 놓은 라디오를 들으며 무료함을 달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