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털고가기식 정권 마무리 작업"...엄정수사 촉구
'박연차 게이트' 지시 의혹의 당사자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BBK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인 에리카김이 연달아 입국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4일 한 전 청장이 귀국한 데 이어 다음날 25일 에리카김의 연이은 귀국으로 정치권에선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며 '기획입국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2009년 3월가지 국세처장을 지낸 한 전 청장에는 △그림로비 의혹과 △태광실업의 표적세무조사 의혹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땅 차명 소유 자료 은폐 의혹 등이 제기되 있는 상태다.
2007년 대선 때 BBK 의혹을 폭로했던 BBK 전 대표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은, 동생 김씨가 회사자금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자 미국에 머물면서 폭로전에 가세했다. 이들은 투자자문사였던 BBK가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 소유였고 이 후보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도 연루됐다고 주장했었다.
한 전 청장은 28일 오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돼 청장 연임로비 등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 미국 시민권자여서 그간 기소중지 상태였던 김씨는 자진 입국 해 지난 26일부터 이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정치권은 '절묘한 타이밍'이라는 반응이다. 민주당은 정권과 검찰이 '털고가기'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에는 그렇게 귀국을 종용해도 들어오지 않던 사람들이 요즘은 잘도 들어온다"면서 한 전 청장과 김씨의 갑작스러운 귀국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박 원내대표는 "'힘 있을 때 털고 가자'는 정권 마무리 작업으로 어차피 (나중에 검찰 수사에 의해) 털릴 것을 (미리) 나가보려는 수순"이라며 "검찰은 형식적인 수사가 아니라 내용적으로 초강도 수사를 해서 국민 의혹을 완전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강지원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김씨가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은데 대해 "동생이 수감 중에 있는 상황에서 미국 변호사로서 충분한 '플리바게닝'식의 거래가 있지 않고는 귀국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 전 국세청장의 귀국에 대해선 "한 전 청장이 지난해부터 투병 중인 부인 때문에 귀국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에서 귀국을 못하게 했다는 설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한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의 귀국을 두고 "검찰에서는 우연의 일치라고 하지만 우연치고는 상상할 수 없는 우연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전에 권력기관이 조율을 거쳐 수사의 범위를 다 정해놓고 정권 실세들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형식적인 겉핥기식 수사를 하는 것 아닌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도곡동 땅주인 의혹, 국세청장 연임을 위한 그림 로비 의혹 등 5대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