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이나 전세를 옮겨 전세살이 설움을 잘 안다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정작 10억원대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받아 전세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계약 시기도 전세대란이 촉발되던 지난해 11월로 전세사는 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국토부 장관' 자리는 전세난 등 국내 주택정책을 총 책임지는 직책이다.
28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 따르면 정 장관은 지난 2007년 12월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쌍용 남산플래티넘 주상복합 195㎡(13억3000만원)을 분양받아 부부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7월 입주가 시작된 뒤에도 입주를 미루더니 급기야 지난해 11월 전세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시기도 전세대란이 촉발돼 확산되던 지난해 연말로 치솟는 전셋값에 시름하는 서민들의 눈총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여전히 경기도 산본에 158㎡(48평형) 아파트에 실거주하고 있다. 정 장관이 서울 종로 주상복합 아파트에 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강기갑 의원은 "주택 정책의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국토부 장관이 실거주목적이 아니라 투기용으로 주택을 구입한 것이 부적절한 것"이라며 "현 정부는 전월세 대란 해결 의지가 없다. 전월세 폭등에 대한 그동안의 발언은 이명박 정부가 관련 대책에 무신경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08년 2월28일 인사청문회에서 정 장관은 주승용 민주당 의원이 투기 의혹을 제기하자 "조금 무리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등을 처분해서 도심에 들어와서 (살겠다)"고 답했다.
또 주 의원이 자녀 집을 포함해 5채의 집을 가지고 있고, 부인이 충남 서천에 대규모의 땅(1994평)을 소유한 것을 지적하며 "과거에는 그랬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스스로 좀 떳떳하셔야 된다"고 당부하자 "의원님 말씀하신 것을 명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장관이 주상복합에 거주하지 않고 전세를 주면서 인사청문회에서의 약속은 실언이 된 셈이다.
전세대책과 관련, 정 장관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월세가격 상승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다양한 방안들이 시행되고 있다. 해결을 낙관한다"고 말한 이후 한달도 안돼 1.13 전세대책을 내놨다.
또 1.13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말로 내놓을 것은 다 내놨다. 더 이상 대책은 없다"고 했다가 다시 한달도 안돼 2.11대책을 발표했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전세대책에 무책임했던 정 장관은 고급 주상복합을 전세를 놓으면서 전세 폭등을 즐긴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더군다나 당초 약속을 저버리고 투기를 일삼았던 점에서 장관은 사퇴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를 산 것"이라며 "아직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종로보다 산본에서 출퇴근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