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적 가이드라인' 최대성과...지표수준 논의 이제부터 시작
주요 20개국(G20)이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포함할 경제지표에 합의했지만 더 큰 난제를 남겼다.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19일(현지시간) 지도자들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공공부채, 재정 적자, 민간 저축률 및 민간 부채 등의 지표를 담고 무역수지, 순투자소득, 이전수지를 보조지표로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G20이 이번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담을 지표를 선정했지만 앞으로 지표가 나타내는 수준을 정하는 더 큰 산이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미국 등이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를 4% 안쪽으로 제한하자는 제안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좌초됐다.
그만큼 이 문제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반영한다.
예시적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서울 정상회의에서 미국 등 선진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의 흑자로 인해 생기는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20이 만들기로 한 일종의 지침이다.
G20이 강제성 있는 기구가 아닌 국가 간 협의체라는 점에서 가이드라인의 구속성은 없지만 각국이 정상회의라는 형식을 통해 합의하기 때문에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에는 상당한 외교적 부담이 따른다.
G20은 서울 정상회의 이후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담을 지표 선정을 놓고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여왔다. 어떤 지표를 넣을 것인가를 놓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극명히 갈리기 때문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경제권에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나 재무차관ㆍ중앙은행부총재 회의를 포함해 17~19일 사흘간 이어진 마라톤 회의에서 G20은 결국 공공부채와 무역수지 등의 지표를 담는 데 합의했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의 중재노력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공동선언문에서 경상수지라는 단어를 뺀 대신 G20은 무역수지와 이전수지, 순투자소득으로 구성된 '대외불균형'을 평가지표에 넣는 선에서 타협했다.
경상수지와 무역수지의 중간쯤에서 접점을 찾아낸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안은 미국 등 선진국에 중국이 한 발 양보해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G20은 오는 4월 워싱턴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번에 합의된 지표를 어느 수준으로 규정해 가이드라인에 담을지를 놓고 훨씬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어느 지표를 어떤 수준으로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바로 이제부터 논의해야 한다"면서 "G20은 4월 회의 때 합의를 이룬다는 목표로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G20이 지표수준까지 규정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양보와 타협의 정신이 더욱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G20은 이 문제가 난제임을 감안해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담을 지표수준의 합의시한을 설정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