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매분기 실시되는 은행 여신에 대한 건전성 분류 점검과정을 강화한다고 14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이미 부실화가 진행된 고정이하 대출 위주로 건전성 분류가 제대로 됐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했지만 앞으로는 요주의 여신에 대해서도 분류의 적정성을 따져보겠다는 것.
요주의 여신은 여신건전성 분류기준상 고정 이하로 부실화가 진행되기 직전 단계여서 상황에 따라 언제든 부실화할 수 있는 잠재부실 대출이다.
연체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인 여신은 자동적으로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되지만, 연체가 없더라도 은행측이 부실징후가 있다고 판단하면 요주의 여신에 포함된다.
은행마다 요주의 여신을 분류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는만큼 금감원이 나서서 건전성 분류가 제대로 됐는지 점검해 보겠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군데의 은행에서 돈을 빌린 기업에 대해 다수의 은행이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하고, 1∼2개의 은행만 정상 여신으로 분류한 경우가 발견된다면 건전성 분류결과를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요주의 여신에 대한 점검을 강화키로 한 것은 지난해 대기업 구조조정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로 인해 은행의 부실채권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18개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 부실채권 잔액은 2009년말 16조원에서 작년말 24조4천억원으로 8조4천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비율도 같은 기간 1.24%에서 1.86%로 올라갔다. 이는 2003년 카드대란 여진이 있었던 2004년말 1.90% 이래 6년만에 최고치다.
요주의 여신의 규모도 적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말 국내 은행의 요주의 여신규모는 25조원으로 전년도(18조4천억원)에 비해 35.9%(6조6천억원)나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일부 은행을 제외하곤 요주의 여신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신건전성 분류는 은행의 노하우에 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강제로 결과를 변경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다만 다른 은행과의 편차가 너무 큰 것으로 나타나면 분류과정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