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심 성장 기여로 윗목만 훈훈 ...8분기 연속 성장률 둔화
지난해 한국 경제가 6.1% 성장하면서 8년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작년 4분기 성장률은 전기대비 0.5% 성장에 그쳐 3분기 연속 둔화 됐으며 제조업도 1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건설업은 외환위기 이후 12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경제성장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성장률이 크게 낮아진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일반 소비자들의 체감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고성장 구가한 한국경제= 우리나라의 작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6.1%로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 7.2%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투자와 수출이 증가한데다 민간소비가 살아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9.1% 감소했던 설비투자는 24.5% 급증해 2000년(32.9%) 이후 최고 증가율을 나타냈다. 수출 역시 14.1% 늘어나 2004년(19.7%)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었다. 민간소비는 4.1% 늘어났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부진 탓에 건설 투자는 2.3% 감소했다.
이에 따라 경제 성장률에서 내수의 기여도가 2009년 -3.8%포인트에서 2010년 7.0%포인트로 돌아서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중 민간 부문의 기여도는 6.6%포인트였다. 수출의 기여도는 7.0%포인트였다.
정영택 한은 국민계정실장은 “내수 중에서도 민간부문은 소비, 설비투자, 재고의 고른 기여로 GDP 성장기여도가 컸던 반면 정부부문 성장기여도는 다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경제의 개선속도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이 0.2%에 그치 데 따른 반사효과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4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0.5%로 8분기 연속으로 전기대비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1분기의 2.4, 2분기 1.4%, 3분기 0.7% 등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5.8%로 경제 성장률에 못 미쳤다. 실질 GDI는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소득의 국내외 유출입을 반영한 것이다. 실질 GDI가 경제 성장률을 밑돈다는 것은 성장의 과실이 국민 호주머니에 그대로 채워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올해 경제성장세 둔화되나=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게 국내외의 공통된 예측이다. 국내외 기관들이 대체로 4~5%의 성장률을 전망해 지난해와 견주면 올해 경기가 둔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우리 경제의 개선속도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는 우리 경제 성장속도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나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수치상으로 비교해 낮아지는 것일 뿐, 오히려 수출과 내수의 동반 성장으로 더욱 내실이 다져진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더욱이 한은은 미국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 등을 근거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4.5%에서 정부와 같은 5% 안팎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실장은 “지난 25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 전망을 0.2%포인트 상향조정했고, (세계적으로)전체적으로 성장률을 상향 수정하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물가가 최대 복병이 될 전망이다. 물가가 뛸수록 경제성장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제 원자재값 급등과 구제역, 한파 등으로 물가 불안이 가중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이미 빠르게 번지고 있다.
물가 불안은 소비자의 체감경기에도 영향을 미쳐 1월 소비자심리지수(CSI, 기준치 100)는 작년 12월보다 1포인트 낮은 108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향후 경기전망 CSI는 97로 2009년 3월(64) 이후 처음으로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 통화정책의 무게를 경제 성장보다 물가 안정에 두겠다고 밝힌 한은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내달 추가로 올릴지 등 기준금리 정상화 속도와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