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장기화되나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채권단이 제안한 ‘경영권 보장 중재안’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재안이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채권단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0%를 시장이나 연기금 등 제3자에게 분산 매각토록 해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경영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중재하겠다는 내용이다.

2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일부 채권단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중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라는 압박에도 27일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은 지난 24일 현대그룹에 “법원의 가처분 결정 등의 다음 과정이 진행되기 전에 중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채권단은 일단 현대그룹이 아직까지 중재안 수용 여부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은 중재안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법원의 결정과 현대그룹의 대응 등 상황을 지켜본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게 채권단측 입장이다.

법원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월4일까지 현대그룹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수용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사실상 중재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하지만 법원의 가처분 결정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가처분 소송에서 이긴다면 현대그룹을 계속 압박하면서 중재안을 수용하도록 물밑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아 ‘중재안’이 무용지물이 될지 여부는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소송에서 질 경우 법원에 본안 소송을 제기해 채권단을 압박할 수 있다”며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법원 판결 이후에도 중재를 계속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법원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주면 중재안을 철회하는 한편 2750억원의 이행보증금도 예정대로 몰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