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우량 中企, 돈 갖다 쓰세요"

입력 2010-12-21 11:11수정 2010-12-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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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석가리기·선제 구조조정…부실 대비"

국내 시중은행들이 리딩뱅크 자리를 꿰차기 위해 우량자산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중소기업 대출규모 확대에 집중하고 나섰다. 특히 이같은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내년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가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들의 중기대출은 답보상태를 보여왔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 9월 이후 올해 9월말까지 기업은행의 중기 원화대출 순증 규모는 18조원에 달한 반면 국민은행 3조원, 우리은행 4조3000억원, 신한은행 1조3000억원 등 대부분의 주요 은행들의 대출 증가 규모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유동성 자금이 풍부한데다 중소기업 업황 개선이 예상되면서 우량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민병덕 은행장이 지난 10월 취임 이후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를 걸고 우량 기업 대출금리를 연 1%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는 권한을 영업점장에 부여하면서 중기 대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1월말 현재 국민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말(63조7184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늘어난 64조631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7월 63조1503억원, 8월 63조7억원, 9월 62조7592억원 등 연이어 대출 잔액이 감소하던 것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일에는 신용보증과 업무협약을 맺고 특별출연 협약보증 850억원을 출연했다. 국민은행은 이 협약을 통해 신성장동력 중소기업과 창업기업, 경영혁신기업, 수출기업 중 지원대상 기업에게는 총 93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지원하는‘협약보증부대출’과 1조9000억원 규모로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지원하는‘보증료 지원 협약대출’이 지원한다.

신한은행도 중소기업 여신지원 확대를 위해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 기금에 700억원을 특별출연, 8400억원의 신규 보증 공급재원을 추가로 확보해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자산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중기대출에 소극적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보증보험료 지원 등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해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중기대출 확대= 마땅히 자금을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한 은행들이 상당기간 동안 중소기업 대출 규모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아예 내년도 사업계획에서 중소기업 대출 목표를 높여잡고 있다.

우선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기업은행은 내년도 중기대출 규모를 8조 원 가량 늘려 잡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중기 대출 규모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개인 우량 소호(SOHO) 기업과 국가신성장동력·부품소재산업 등 우량 중소 제조 기업을 중심으로 중기 대출을 집중해 그동안 중기 대출이 미진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겠는 목표다.

국민은행도 최근 출시돼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는 ‘와이즈소호론’ 등 신상품을 앞세워 2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시장상황을 봐가며 중기대출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측은 “신용위험과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기대출 신중해야=그러나 이 같은 중기대출 확대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늘어난 대출자산을 어떻게 잘 관리해 연착륙시키느냐도 중요하다는 것. 이는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보다 0.15%포인트 하락한 0.70%를 기록한 반면 중기대출 연체율은 1.99%로 0.13%포인트 상승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실 가능 중기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과 옥석가리기 등을 통해 중기대출 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중기 대출 확대에 앞서 사전적으로 심사를 철저히 하고, 대출 이후에도 중소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면밀히 해야 한다”면서 “이상 징후를 보일 경우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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