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中·러, 견해차 좁히지 못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한반도 긴장 관련 긴급회의에서 이사국들간 이견으로 북한에 대한 비난 성명 채택이 결국 무산됐다.
19일(현지시간) 열린 안보리에서 이사국들은 러시아가 제안한 초안 검토 작업을 벌였지만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해법을 놓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을 한 축으로 한 ‘한국 지지’와 중국 러시아를 한 축으로 한 ‘북한 지지’가 큰 견해차를 보여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서방국들은 긴장 고조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이 없는 성명은 채택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보이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양측 모두에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중국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규탄하는 표현을 넣는데 크게 반발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한 유엔 관계자는 “중국을 제외한 14개 이사국이 북한 비난 문구를 포함시키자는데 찬성하고 있지만 중국 홀로 버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규탄이라는 표현은 물론 연평도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긴급회의를 제안했던 러시아는 북한을 규탄하는 표현을 넣는 것에 유연한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당초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고 남북 양측에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하고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에 특사를 파견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초안을 제출했었다.
익명을 요구한 안보리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가 회의 도중 ‘지난 11월 23일 사건을 통탄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하며 타협을 시도했지만 서방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비교적 반영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영국 측은 ‘북한에 의한 연평도 공격을 규탄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한국의 연평도 사격 훈련에 대한 서방과 중국, 러시아의 입장 차이도 긴급 안보리 회의의 돌파구 찾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긴장 고조의 책임은 북한 측에 있으며 이번 사격훈련은 남한 영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북한이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러시아 등은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남한이 연평도 사격훈련을 자제해야 한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