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례적으로 외교부 공식 성명을 통해 한국의 연평도 해상 포 사격 훈련 계획을 취소할 것을 요청하고 나서 북한의 추가 공격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러시아 외무부가 지금까지 연평도 사건 관련 입장을 밝힐 때 계속 사용해왔던 ‘언론 발표문’이 아닌 ‘공식 성명’ 형식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부터가 다른 모습이다.
성명에서 사용된 용어들도 ‘극도의 우려’, ‘절박하게 호소’, ‘최대한의 자제와 인내’, ‘절대적으로 필요’ 등 하나같이 강한 뉘앙스를 담은 단어들이다.
더욱이 어떻게 보면 한 국가의 내정에 해당하는 군사훈련 계획을 문제 삼으며 이를 취소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은 외교 관례상으로도 통상적 입장 표명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모스크바의 한 외교 전문가는 “발표의 형식이나 사용된 단어 등을 볼 때 전에 없이 강한 어조가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더 나아가 러시아 주재 이윤호 한국 대사와 존 베일리 미국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연평도 훈련 계획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들은 한국의 연평도 훈련 계획을 러시아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이번 훈련이 북한의 또 다른 도발을 야기하고 이에 한국이 다시 대응하면서 한반도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전면적 대결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깊은 우려가 배어 있는 것이다.
동시에 러시아 성명에는 남북한 모두가 추가적 긴장고조 행위를 자제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한 러시아의 호소에 한국이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의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러시아가 지난달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비난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히며 한국민의 분노에 상당한 공감을 표시했음에도, 한국이 러시아의 우호적 태도에 제대로 화합하지 않은 데 대한 섭섭함이 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쨌건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한국.미국.일본과 중국.북한간의 대립 구도 사이에서 중간자적 입장을 견지해온 러시아를 어떻게든 우리 쪽으로 기울게 하려고 남다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온 한국 정부로선 입장이 상당히 난처하게 됐다.
모스크바 외교 전문가는 “이미 한국군이 공개적으로 훈련 계획을 밝혔고 미국도 지지 입장을 내놓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여 훈련을 취소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한반도 주변 역학 구도에서 중요한 키를 쥐고 있으면서 한국에 우호적 태도를 보여온 러시아 측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곤란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입장이 참으로 당혹스럽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