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돈…은행들 수신확대 필요성 못느껴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자금이 몰려들면서 시중은행들이 연말에 내놓던 고금리 예금특판 상품을 찾기 어려워졌다. 연 5%대 은행 정기예금은 옛말이 됐으며 연 4%대 예금도 흔적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국민은행의 1년 만기 슈퍼정기예금 금리는 연 3.6%며, 신한은행의 1년 만기 ‘신한월복리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도 3.75%다. 산업은행의 1년 만기 ‘자유자재정기예금’ 금리는 연 3.19%를, 하나은행의 1년 만기 ‘369 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3.60%다.
은행들이 고금리 예금특판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이유는 △낮은 금리에도 자금이 몰리는데다 △마땅히 굴릴 곳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경기 회복이 더뎌질 수록 정부와 금융당국은 저금리 기조에서 급격히 입장을 선회하기 어렵게 되고 이는 시중 부동자금을 늘려 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연말 예금특판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굳이 예금특판을 하면서 수신을 확대해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 9월과 10월 각각 6조1000억원과 10조원이 증가했으며 11월의 경우 2조5000억원 가량 줄기는 했지만 11월 말 잔액이 481조7000억원에 달하는 등 몰려드는 시중자금으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 현상이 계속되면서 시장금리가 낮아져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용이해지자 예금 유치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성이 없어졌다”면서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낮춰 예금 유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1분기까지 정기예금 50조원 가량이 풀릴 전망이지만 은행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아울러 정부의 예대율 규제도 적극적인 특판 상품을 찾아보기 어렵게 하고 있다. 예대율이 낮아진 은행의 경우 거액예금을 유치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는데다 막상 예금을 유치해도 마땅히 자금을 굴릴 곳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성 상품이나 공동구매 방식의 상품에서나 우대금리를 주고 있을 뿐 정기적인 예금특판은 사라진지 꽤 됐다”면서 “특히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수신 확대는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풍경은 금융위기 직후였던 지난 2008년 하반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에는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1년 만기 금리는 5%중후반선으로 3%중반선으로 하락한 현재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예대율 규제와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고금리를 내세우며 예금 유치에 혈안이 됐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은행으로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예금이 들어오는 데 굳이 특판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올초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높였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것이 현재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초래했다며 기준금리를 최소한 3%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금리 특판예금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스마트폰 전용상품에 대해서는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부가서비스까지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있다. 이는 스카트폰 뱅킹 고객 유치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스마트폰 전용상품인 ‘신한 S뱅크 특판예금’ 이달 6일부터 판매 중이다. 1인 1계좌에 한해 5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500억원이 되면 판매를 중지한다. 기존 온라인 상품보다 최대 연 0.9%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 최고 연 4.27%의 금리가 적용된다.
KB국민은행은 ‘KB Smart★폰적금·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예금 가입기간은 12개월 이내 월단위로 선택할 수 있으며 100만원 이상 가입이 가능하다. 예금 기본금리는 연 3.7%에 추천우대이율 0.3%포인트를 더해 최고 연 4.0%다. 적금은 예치기간이 1년이면 최고 연 4.1%까지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6월 내놓은 스마트폰 전용 특판상품 ‘우리스마트정기예금’은 연 4.35%라는 높은 금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 고객에 한해 1인 1계좌에 최대 5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약정기간은 3개월, 6개월, 12개월 중 선택할 수 있으며, 12개월은 세금우대 상품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
기업은행은 ‘IBK스마트fun 통장’을 최고 연 4.1%로 판매 중이다. 정기예금은 3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 적금은 계약금 10000만원 이내에서 월 10만원부터 가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