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추가제출 서류 마감 ... 현대그룹 거부땐 MOU 해지할 듯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무분멸한 소송전(戰)에 나서면서 수렁에 빠진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14일 중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이날까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빌린 1조2000억원이 무담보·무보증이라는 증빙 자료를 제출하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현대그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13일 채권단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 매각 시나리오는 △현대그룹이 채권단 요구를 받아들였을 때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 등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현대그룹이 채권단 요구대로 14일까지 대출계약서나 구속력 있는 텀 시트(Term sheet·부계약 조건을 담은 문서)를 제출하면 매각 절차는 일단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채권단 일각에서 MOU를 해지할 경우 현대그룹이 소송을 제기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주식매매게약(본계약) 단계까지 절차를 그대로 진행한 뒤 본계약 단계에서 현대건설을 현대그룹에 넘길지를 결정하는 게 소송이나 비난 여론에 대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주식매매계약 체결은 주주협의회 의결권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해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채권단운영위원회 3곳 중 한 곳만 반대해도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현대그룹이 증빙자료를 끝내 제출하지 않는 경우다.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 해명이 안 된 만큼 채권단은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 해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현대그룹과 소송전이 불가피해진다. 그렇다고 채권단이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매각 협상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현대그룹은 이미 법원에 ‘MOU 해지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현대차그룹도 외환은행 실무담당자 3명을 ‘입찰방해 및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고발장을 내면 ‘매각 주체에게 어떤 소송도 내지 않겠다’고 한 입찰확약서를 위반한 걸로 보고 현대차그룹의 예비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을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따라서 현대그룹이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현대차그룹이 예비협상대상자 자격을 잃는다면 현대건설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경우 결국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채권단 등 모두가 법정에 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현대그룹과의 MOU해지 후 현대차그룹에 현대건설을 넘기더라도 법원 판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실제 소유하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이전에 현대그룹이 제기한 MOU해지 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어떠한 시나리오든 간에 현대건설 M&A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