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등 가짜 영주권으로 카지노서 수십억 탕진

입력 2010-12-12 21:41수정 2010-12-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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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외사국은 12일 내국인에게 위조한 외국 영주권을 넘겨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드나들게 한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김모(61)씨 등 카지노 에이전트 2명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다른 에이전트 1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데 이어 미국으로 달아난 위조책 이모(51)씨 등 2명을 수배하고 미국 이민국에 송환을 요청했다.

경찰은 또 이들이 만들어준 가짜 영주권으로 카지노에 입장해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을 걸고 도박을 한 안모(38)씨 등 34명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 에이전트들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출입을 원하는 고객들의 의뢰를 받아 온두라스, 과테말라, 에콰도르 등 중남미국가 영주권 카드를 위조해줬다.

위조책 이씨 등은 미주를 오가며 이들 국가의 영주권 카드를 베껴 국내로 들여온 뒤 외교통상부에 제출해 도박사범들이 우리나라 거주여권을 발급받도록 도와줬다.

거주여권이란 외국 영주권을 취득한 우리 국민에게 발급하는 여권으로 이를 소지하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에 적발된 도범사범들의 직업은 건설ㆍ해운회사 대표, 의사, 은행원, 체육단체장, 자영업자, 주부 등으로 다양했다.

이들이 10개월간 카지노에서 칩으로 교환해 도박에 쓴 돈은 무려 913억원에 달했다. 특히 한 명이 270억원을 칩으로 바꾸기도 했고 40억원을 탕진한 이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결과 카지노 에이전트들은 자신이 모집해온 고객이 잃은 돈의 10%를 수수료로 받기로 카지노 측과 계약이 돼 있어 1인당 1만달러(1100만원)에 달하는 위조비용을 자기 돈으로 부담하면서까지 도박고객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중남미국가 거주여권 발급신청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의심한 외교부 의뢰로 수사에 착수했으며 해당국에 확인해 도박사범들의 영주권이 모두 위조된 것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도박사범 외에도 위조 영주권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카지노 출입자 54명이 더 발견됨에 따라 위조 여부를 확인하는대로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외교부에 제출된 온두라스 위조 영주권에는 주한 온두라스 대사의 확인서가 첨부된 점을 주목해 대사의 연루 여부를 수사 중이다. 이 대사는 본국에 송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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